한러 직통망 무용지물…러, 방공식별구역 진입 때 통보 안 해

8월23일 러시아 폭격기 카디즈 무단 진입
러시아, 한미 연합 연습에 불만 품고 시위
한-러시아 공군 간 직통망 이미 설치 상태
러-우크라 전쟁 발발 후 직통망 개통 연기

러시아 폭격기가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한 지난 23일 당시 러시아 측이 사전 통보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구축한 한-러시아 군 간 직통망은 역할을 하지 못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23일 "오늘 러시아 군용기의 카디즈 진입 관련, 우리 군은 우발 상황에 대비해 정상적인 전술 조치를 했다"며 러시아 공군의 방공식별구역 진입 사실을 알렸다.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전략 폭격기 Tu(투폴레프)-95MS 2대가 동해 공해 상공을 비행했다. 이에 한국 공군 F-16 전투기들이 대응 출격해 러시아 폭격기들을 견제했다.

러시아는 자국이 해오던 대로 이번에도 사전 통보 없이 무단 진입했다. 러시아는 한국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할 때 통보를 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 정부가 방공식별구역이라는 제도 자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방공식별구역(ADIZ: Air Defense Identification Zone)이란 자국 영공으로 접근하는 군용 항공기를 조기에 식별하고 위치를 확인·통제하는 지상·해상의 일정 공역이다.

러시아는 현재 진행 중인 한미 연합 연습, 즉 을지 자유의 방패 연습에 불만을 품고 폭격기를 한국 동해 쪽으로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 24일 논평에서 "한미 대규모 연합 훈련의 재개 및 대북 전단 살포로 인해 한반도 정세의 긴장이 고조되는 데 대해 우려한다"며 "북한의 심각한 우려를 야기하는 그런 행동은 역효과를 낼 수 있고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측이 한국에 방공식별구역 진입을 사전 통보할 여지는 있었다. 한국과 러시아가 지난해 직통망을 개설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한국과 러시아는 양국 해·공군 간 직통망 설치·운용 관련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로써 한국 해군작전사령부와 러시아 태평양함대사령부 간, 또 한국 공군 제1중앙방공통제소와 러시아 동부군관구 11항공·방공군 간에 직통망이 설치됐다.

체결 당시 한국 국방부는 방공식별구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출했다. 국방부는 당시 "이번 한-러 해·공군 간 직통망 양해각서 체결은 한-러 군사당국 간 신뢰를 강화함과 동시에 소통을 강화해 공중·해상에서 우발적 충돌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지만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러시아가 한국 측의 기대를 저버린 가운데 일각에서는 한국 쪽에 일부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러시아가 올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한-러군 간 직통망 운용을 시작하기 위한 공식 행사가 한국 정부에 의해 연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를 규탄하는 국제 공조 분위기 속에 한국이 러시아 측과 협력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직통망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고 이것이 방공식별구역 무단 진입 반복으로 이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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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뉴스 / 백승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