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레미콘업체 비대위, 대규모 장외집회
"시멘트 공급 볼모로 중소기업 압력·강요"
"8월31일까지 철회 안하면 특단의 조치"
시멘트 업체들, 올 들어 시멘트값 약 30%↑
"유연탄, 물류비, 전기료 등 올라 인상 불가피"
"물가안정 역행하는 시멘트값 인상, 중소기업 다 죽는다."
25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시멘트 가격 기습인상에 대한 규탄대회'에 참가한 770여명의 중소 레미콘업체 대표들은 미리 준비한 손피켓을 들고 "일반적 시멘트 가격 인상을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이날 규탄대회를 주최한 중소레미콘업계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올해 상반기 시멘트 재고량 부족으로 레미콘업체에 시멘트가 정상 공급되지 않았고, 비슷한 시기 시멘트업체로부터 17~19% 가격 인상을 통보받았다"며 "또 화물연대 파업, 레미콘 운반사업자 파업, 모래·자갈 등 원자재값 및 유류비, 운반비 급등으로 중소 레미콘업계는 역대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또 다시 9월부터 시멘트가격을 추가 인상한다고 일방적인 기습 통보를 했는데 이는 올해에만 33~35% 인상하는 것"이라며 "시멘트가격 인상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시멘트 공급을 중단하거나 감량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밝혔다.
레미콘 비대위는 최근 3년간 폐업 14건, 매각 41건 등 중소레미콘업체들이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추가적인 가격 인상을 철회해달라고 요구했다.
비대위는 또 결의문을 통해 ▲일방적·기습적 가격인상 철회 ▲시멘트 공급을 볼모로 한 중소레미콘업계에 대한 압력과 강요 중단 ▲시멘트업체들의 제조원가 및 인상요인 공개 등을 요구하고, 정부에는 시멘트시장 독과점 상시 감시 및 불공정거래 사례 조사를 촉구했다.
중소레미콘 업체들이 다음 달 시멘트가격 인상을 앞두고 대규모 집회까지 개최한 것은 올해 들어서만 두 차례 시멘트 가격이 인상됐기 때문이다.
시멘트 업체들은 지난해 7월 시멘트 가격을 1톤(t)당 7만5000원에서 7만8800원으로 5.1% 인상한 뒤 올해 초에도 약 15% 가량을 인상했다. 이번에 3차 인상까지 이뤄지면 시멘트 가격은 1t당 10만원을 넘기게 된다.
삼표시멘트는 최근 시멘트 가격을 11.7% 인상하겠다고 통보했고, 한일시멘트도 약 15% 인상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레미콘 업체들에게 보냈다. 이어 성신양회(13.5%)와 한라시멘트(14.5%)도 가격 인상에 동참했고, 쌍용C&E와 아세아시멘트도 인상을 검토 중이다.
레미콘 업체들은 시멘트 가격이 오르면 건설사와 레미콘 가격 인상을 두고 협상해야 하는데 건설업계에 가격 인상을 요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비대위는 "레미콘시장은 시멘트업체 계열 레미콘업체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구조로 건설업체와의 갑을 관계가 명확하게 구분돼 있어 중소레미콘업체들이 건설업체에 가격 인상을 요구하기도 쉽지 않다"고 밝혔다.
결국 시멘트 가격은 계속 오르는데 건설업계에 레미콘 가격 인상을 요구하기 어려워 시멘트 가격 인상계획을 철회하지 않으면 공장 '셧다운'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배조웅 레미콘 연합회장은 "시멘트 가격이 올라가면 건설사와 레미콘값 인상을 두고 협상을 해야 하는데 건설사에서 올려주지 않으면 우리는 셧다운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시멘트 업계는 추가적인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시멘트 업계가 1년 새 3차례에 걸쳐 가격 인상에 나선 것은 주요 원자재인 유연탄을 비롯해 전력비, 물류비, 환경부담금, 인건비 등 원가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대부분 전량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는 유연탄 국제시세는 지난해부터 급격히 상승했다.
레미콘 업계에서는 시멘트 업계가 유연탄 가격 인상의 기준으로 삼는 호주산 유연탄 비중이 줄고, 러시아산과 인도네시아산 등을 활용해오고 있음에도 호주산 시세를 기준으로 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멘트업계 한 관계자는 "호주산과 러시아산 유연탄을 함께 사용하다가 호주산 유연탄이 수출길이 막혀 사용하지 못해 러시아산의 비중을 높이고 있었다"며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산도 가격이 많이 오른 것은 사실이다. 호주산 유연탄이 두 배 가량 올랐는데 러시아산 시세가 지금 조금 떨어졌다고 해서 원가 부담이 줄어든 것은 아니지 않냐"고 반문했다.
또 일본(32%), 중국(26%), 미국(43%), 브라질(31%), 이집트(37%) 등 해외 시멘트업계도 국제 유연탄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년대비 평균 35% 가량 시멘트 가격을 인상했다고 설명했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올해만 24% 인상된 화물운임비 등으로 3년간 물류비가 1200억원 상승했고, 전력요금 5% 인상, 금리 인상 등이 원가 급상승을 압박하고 있어 내부적으로 감내하는데 한계에 도달했다"며 "정부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환경투자로 올해만 약 5400억원을 투자하는데다 환경설비 교체에 따른 생산감소로 상반기 수요마저 차질을 빚는 등 안팎의 위기 요인을 이겨내는데는 적정수준의 제품가격을 보장 받는 길 외에 다른 수단이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레미콘 비대위는 이날 채택한 결의문을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에게 전달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시멘트 대기업과 중소레미콘 업계간 상생방안 마련과 함께 정부 중재 요청 등을 총력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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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윤환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