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익수 "위력행사 아닌 물어본것"…故이예람 특검 "증거 확보"

100일 간 이 중사 사망 관련 불법행위 진상규명
직속 상급자들·군검사·군무원·공보담당 등 조사
2차 가해·직무유기·명예훼손 혐의 등…8명 기소
안미영 "모든 게 이 중사 벼랑 끝으로 내몰아"
"전익수 군검사와 소속 달라도 기소 가능"

공군 성추행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을 수사해온 특별검사팀이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을 포함해 총 8명을 재판에 넘겼다.

특검은 13일 수사 결과를 전하며 지난 9일 전 실장 등 장교 5명과 군무원 1명, 장 모 중사 등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른바 '전익수 녹취록'을 위조한 혐의로 지난달 먼저 재판에 넘겨진 변호사까지 총 8명의 인원이 기소됐다. 올해 6월5일 특검 출범 이후 100일 간 진행해 온 수사 결과다.



검찰은 이 중사 사망 전 2차 가해 등 의혹과 관련해 사건 당시 제20비전투비행단(20비) A대대장에겐 허위보고 등 혐의, B중대장에겐 명예훼손 등 혐의를 적용했다.

이 중사의 직속 상급자였던 A대대장은 군 경찰에서 이 중사 성추행 사건을 수사 중이던 지난해 3월, 성추행 사건 가해자인 장모 중사가 이 중사와 분리돼있지 않음에도 두 사람이 분리돼 있다며 공군본부의 인사담당자에게 허위사실을 보고한 혐의를 받는다.

또한 A대대장은 같은 달 군 경찰로부터 장 중사 파견을 연기해달라는 요청을 받지 않았음에도 파견을 조사 이후로 연기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는 거짓 보고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은 A대대장이 직속 상급자로서 성폭력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직무상 의무가 있음에도 분리 조치가 되지 않은 사실을 보고하지 않고, 이 중사에 대한 회유 및 사건 은폐 시도를 알고도 그 책임자에 대한 징계의결을 요구하지 않았다며 지휘관 직무유기 혐의도 적용했다.

특검은 같은 20비 소속 B중대장에겐 명예훼손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B중대장은 같은 해 4~5월 이 중사가 전입하려던 제15특수임무비행단 중대장에게 '이 중사가 좀 이상하고 20비 관련 언급만 해도 고소하려고 한다'는 등의 허위 사실을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사 사건을 송치받아 수사를 맡았던 당시 20비 C군검사에겐 직무유기 등 혐의가 적용됐다. 특검은 C군검사가 이 중사의 심리상태 악화와 2차 가해 정황을 알았음에도 2차 가해 관련 수사를 소홀히 했다고 판단했다.

장 중사 구속수사 필요성과 군인 등 강제추행 치상 의율 필요성을 검토해야 하지만 이를 방임했다는 것인데, 특검은 C군검사가 휴가 등을 이유로 정당한 이유 없이 피해자 조사 일정을 지연시켰다고 봤다.

이 밖에도 C군검사는 이 중사 사망 전후 동기 법무관 등이 있는 단체 대화방에서 이 중사의 극단적 선택과 관련한 글들을 게시하는 한편, 본인이 이 중사의 조사 연기를 요청했음에도 공군본부 보통검찰부장에겐 이 중사가 연기를 요청해 수사가 지연된 것처럼 허위 보고한 혐의 등을 받는다.


검찰은 그동안 '부실수사' 의혹을 받아온 전 실장에겐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면담강요등) 혐의를 적용했다.

전 실장은 지난해 7월16일 자신을 수사 중인 군검사에게 전화해 자신이 D 군무원에게 범행을 지시했다고 적시한 구속영장이 잘못됐다고 추궁한 혐의를 받는다.

이와 관련해 특검은 전 실장이 계급·지위에 따른 자신의 위세를 과시하며 D 군무원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위력을 행사했다고 봤다.

다만 초동수사가 불구속으로 진행된 경위와 관련해 일각에서 '전관예우' 때문이라고 제기한 의혹에 대해서는 근거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초동수사 단계에서 장 중사 측에서 선임한 법무법인 및 해당 구성원 변호사에 대해 압수수색했으나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전 실장이 국방부 검찰단으로 수사가 넘어가기 직전 장 중사의 구속 여부를 검토해서 관련 지시를 내린 메시지가 발견됐다고 특검은 전했다.



국방부 군사법원 소속인 D군무원은 이에 앞선 같은 해 5월17일께 전 법무병과 고위 간부가 언제 어떤 교도소로 이송될 예정이라는 보안 수용정보를 파악한 뒤 이를 전 실장에게 전달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를 받는다.

D군무원은 6월2일께엔 장 중사의 구속심사 상황을 전 실장에게 누설한 혐의도 있다. 당초 D군무원은 국방부 검찰단 수사에서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는데, 이와 관련 특검은 "혐의 증명에 충분한 보강 증거를 찾아냈고 법리 검토를 거쳐 D군무원에게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추가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특검은 이 중사의 사망 원인을 왜곡하고 수사 상황을 유출한 의혹을 받는 공군본부 공보담당 E장교도 사자명예훼손 및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다.

E장교는 이 중사 사망 이후 6월3~5일께 이 중사 사건과 관련해 공군 참모총장 해임 등 공군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커지자, 이러한 상황을 반전시키겠다는 의도로 이 중사 부부에 대한 허위사실을 퍼뜨린 혐의를 받는다.

그는 기자 3명에게 이 중사가 강제추행 사건이 아닌 부부 사이 문제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며 사망 원인을 왜곡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원 심리부검에서 이 중사는 이전에는 없던 극단적 선택 위험이 강제추행 직후 발생했고 급격히 고위험군에 이르렀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특검은 전했다.

특검은 "혼인신고 당일 이 중사가 남편과 나눈 대화가 녹음된 자동차 블랙박스 등에 따르면 사망 당일까지 이 중사는 남편과 여느 신혼부부 못지않게 친밀한 관계였다는 사실히 분명히 확인된다"고 밝혔다.

특검은 현재 강제추행 치상 등 혐의로 상고심 재판을 받고 있는 장 중사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다. 장 중사는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3월, 20비 내 다른 군인들에게 이 중사가 본인을 거짓으로 고소한 것처럼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은 지난달 31일엔 이른바 '전익수 녹취록'을 위조하고 군인권센터에 전달한 혐의(증거위조 등)로 F변호사를 구속기소했다. 이로써 재판에 넘겨진 인원은 총 8명이다.

이날 안미영 특검은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모든 것들이 이 중사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과정이었다"며 "이런 것들이 군대라는 폐쇄적 조직 안에서 직접 군인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충분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부에서 조직적으로 (은폐)한 것은 아니더라도 이 사건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군대 내에서 이런 일은 다신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른 특검 관계자는 일각에서 '전익수 녹취록' 위조 논란이 부각되면서 사건 무마 의혹이라는 수사의 본류를 놓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는 취재진 질문에 대해 "국민적 이슈가 됐던 사건의 진위 여부를 밝히는 것이 1차적으로 할 일이었다"며 "수사 무마 의혹은 저희가 충분히 수사했는데 밝혀진 내용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본인에 대한 기소 소식이 알려진 뒤 전 실장은 입장문을 내고 특검을 비판했다.

그는 "특히 법무실장이 담당 군검사에게 전화한 내용은 '내가 군무원에게 지시한 사실이 없는데 왜 군무원에 대한 구속영장에 내가 지시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는 것인지' 물어본 것에 불과하다"며 "해당 사건의 피의자 신분에 있던 법무실장이 담당 검사에게 사실 아닌 내용에 대해 항의했던 것이고, 당시 군검사는 육군 소속으로 피의자와 상하관계에 있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특검 관계자는 "(전 실장과 군검사의) 소속이 다르기 때문에 직권남용이 아닌 특가법 위반(면담강요)으로 의율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통화내용 녹음 파일 등 객관적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 중사 사망 이후 국방부 검찰단 및 특임군검사 수사를 통해 15명이 기소(구속 3명, 불구속 12명)됐지만 전 실장 등 관련 의혹에 연루된 다수의 지휘부가 불기소처분되며 특검이 출범했다. 특검은 국방부 및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약 5만페이지 기록을 인계받아 100일 동안 연인원 164명을 조사하고 18회 압수수색, 디지털 포렌식 등 수사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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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