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임치' 소멸시효, 계약후 인도된 때부터 진행" 첫 판단

1심 "묵시적 임치계약 성립" 일부 승
소멸시효…2심 "해지 때 부터 기산"
대법 "계약 혹은 인도시 부터 진행"

돈이나 물건을 맡겨두는 임치계약의 소멸시효는 계약이 성립된 때나 대상물이 인도된 시기부터 계산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당시 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A사가 B사를 상대로 낸 물품인도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A사는 현대자동차와 촉매제를 납품하기로 계약을 맺었고, B사는 촉매제를 가공해 촉매정화장치를 현대차에 제조·납품하기로 했다. A사는 현대차의 지시를 받아 촉매제를 B사에 바로 납품하기로 했다.

A사는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납품한 촉매제 32만여개에 대한 대금을 지급받았다. 하지만 A사는 B사가 현대차에 납품하고도 상당수의 촉매제가 남았다며 반환 혹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B사가 현대차에 납품하고 1만9000여개가 남았지만, 현재 촉매제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보고 반환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환이 할 수 없어졌으므로 촉매제 대금 약 20억7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B사 측은 소멸시효 5년이 지나서 소송이 제기된 부분도 있다고 주장했다. 소송이 2017년 12월29일 제기됐는데, 그로부터 5년보다 전에 납품받은 촉매제의 대금은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2심은 "소멸시효는 임치기한이 도래하거나 임치인이 해지권을 행사하여 그 반환청구권이 발생한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배상액을 일부 조정해 20억1000만원 상당을 B사가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치물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임치계약이 성립해 임치물이 수치인에게 인도된 때부터 진행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해지일을 기준으로 소멸시효를 계산한 2심 판단에는 촉매제 납품일과 소멸시효가 도과 여부를 심리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이 임치계약이 성립된 경우 임치물 반환 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이 언제인지를 판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치계약이란 두 당사자 사이에 물건이나 금전 등을 위탁하기로 하면서 성립하는 계약이다. B사가 현대차에 납품하고 남은 촉매제들은 A사와 B사 사이의 묵시적인 임치물이라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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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