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 터지자 움직인 국회…'스토킹 피해자 보호법' 150일만에 논의

신당역 살인사건으로 피해자 보호공백 드러나
'스토킹 피해자 보호법' 오늘 국회 여가위 논의
여가부 "서울교통공사 성범죄 보고 여부 파악중"

스토킹 피해자 보호법이 발의 150일 만에 국회 논의를 시작했다. 지난해 4월 스토킹처벌법이 제정될 때 피해자 보호법은 후속입법하기로 했는데, 1년 반이 지나 심사대에 오른 것이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스토킹 피해자 보호법 정부안과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안을 심사하고 있다. 정춘숙 의원안은 지난 4월19일, 정부안은 4월28일 발의된 바 있다.

여가위는 이날 전체회의에 앞서 신당역 살인사건 피해자를 추모하는 묵념을 했다. 회의장 앞에는 피해자 추모 공간이 꾸려져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과 의원들이 헌화했다.

김 장관은 "신당역에서 발생한 사건과 관련하여 매우 비통한 마음"이라며 "최근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된 스토킹 범죄 대응을 위해 스토킹 예방과 피해자 지원 체계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규정해 피해 회복을 지원하려 한다"고 밝혔다.

스토킹 피해자 보호법을 대표발의한 정춘숙 의원은 "스토킹처벌법이 지난해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범죄자 처벌과 피해자 접근금지 등 형사법 절차를 법무부 소관으로 규정했을 뿐 피해자 보호가 충분하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며 "스토킹 피해자 지원시설 설치, 수사·재판 과정에서의 2차 피해 방지, 스토킹 범죄 실태조사 및 예방교육 실시 등 종합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스토킹 피해자 보호법은 지난 4월 여가위에 상정됐으나 국회 원구성이 지연되면서 5개월 간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 여가위는 이날까지도 소위 구성을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다. 피해자 보호 입법 공백에 국회도 책임이 있는 셈이다.

이날 전체회의에서는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을 향한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스토킹·성범죄 피해자 보호 주무부처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단 지적이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신당역 사건 피해자가 스토킹처벌법에 따라 가해자를 2차례 고소했는데 경찰은 영장조차 신청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여가부가 의견제출한 적 있냐"고 질의했다.

이에 김 장관은 "국가기관은 성폭력 사건을 여가부에 즉시 통보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데, 서울교통공사가 저희에게 통보했는지 아직 찾아보고 있다"며 "여가부에 사건을 통보하도록 하는 시스템은 있지만 통보를 하지 않았을 때 제재조치는 현재 없다"고 답했다.

지난해 7월13일 시행된 성폭력방지법과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르면 국가기관장은 성폭력 사건을 인지하면 피해자의 명시적 반대가 없는 한 여가부 장관에게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


뒤이은 위성곤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도 "서울교통공사는 피해자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지 못해서 여가부에 통보를 못했다고 한다"며 "2021년 10월 불법촬영으로 고소된 건이라 교통공사가 여가부에 통보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신당역 살인사건을 젠더갈등으로 보지 않는다는 입장도 밝혔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이번 사건 이후 일각에서 남녀 개개인이 처한 범죄와 불행을 젠더 갈등으로 몰아가지 말라는 의견이 있는데 동의하냐"고 묻자 김 장관은 "저는 이 사건을 젠더 갈등으로 보는 부분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물론 많은 여성들이 피해자가 되는 것을 인지하고 있고 이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지 법무부와 논의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김 장관은 "여가부가 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의무뿐만 아니라 권한이 주어졌으면 좋겠다"며 국회의 조속한 피해자 보호법 입법을 촉구했다.

한편 여성가족위원회 위원들은 이날 오후 신당역에 설치된 스토킹 살인사건 추모공간을 찾아 추모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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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박옥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