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신당역 스토킹 사건에 "여가부 대응 미흡" 한목소리

스토킹 피해자 보호법 등 법안 79건 상정
정춘숙 "피해자 보호·지원 내용 부족하다는 한계 있어"
위성곤 "여가부가 자기 일 못해서 피해자 살인 당한 것"
조은희 "한동훈은 어제 현장 갔는데, 여가부는 오늘 가나"
여야 질타에 김현숙 "법무부와 해결 방안 논의하겠다"

여야는 16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피해자를 추모하며, 현행 스토킹 처벌법을 피해자 보호와 재범 방지 중심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주무부처인 여가부를 향해선 신당역 사건 피해자를 보호하는데 미흡했다는 지적을 쏟아내며 여성 대상 폭력 근절 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권인숙 여가위 위원장은 이날 오전 전체회의에서 "피해자는 작년 10월 가해자의 불법 촬영을 신고했고, 올해 2월 스토킹으로 신고했지만, 경찰과 법원의 가해자에 대한 미온적 조치로 인해 피해를 막지 못했고, 결국 피해자는 사망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만약 경찰이 피해자의 스토킹 신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가해자에게 접근 조치를 취했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라며 "오늘 상정될 스토킹예방방지를 보호하는 스토킹피해자 법안을 포함해 젠더폭력에 대한 안전조치를 담는 법원들이 조속히 심사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했다.

스토킹 피해자 보호법을 발의한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스토킹 처벌법이 발의 22년 만에 지난해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범죄자 처벌과 피해자 접근금지 등 형사법 절차를 법무부 소관으로 규정할 뿐 피해자 보호와 지원 내용이 충분하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지난 6월 6일 성남, 6월 8일 안산, 7월 5일 안동 그리고 바로 이틀전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화장실에서 스토킹 피해자였던 여성이 목숨을 잃었다"며 "법안 입법 지연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피해자에게 돌아가고 있다. 더이상 지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스토킹 피해자 지원시설 설치 및 운영, 수사·재판 과정에서의 2차 피해 방지, 스토킹 범죄 실태조사 및 예방교육 실시 등 스토킹 예방과 피해자 지원을 위한 종합 체계가 마련될 수 있도록 조속히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위성곤 민주당 의원은 "경찰이 사건을 접수하면 여가부가 사안을 공유하고 심각한 사안에 대해선 직접 개입해 피해자를 구제조치하는 등 노력을 적극적으로 해야하는 것 아니냐"며 "여가부가 자기 일을 제대로 못해서 역무원이 살인을 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도 여가위의 미흡한 대처를 질타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여가위원으로서 불행한 사건이 발생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언론에선 잠정조치가 제대로 작동을 했으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지 않았냐 이러한 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당 조은희 의원은 이날 신당역 현장을 방문할 예정이라는 김 장관에게 "장관이 오늘 현장에 간다는 것은 한 발 늦지 않았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어제 갔는데, 여가부가 뒷북 치지 않는 신속한 대응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스토킹 피해 신고자 5명 중 1명이 경찰의 보호조치를 받지 못하는 점을 언급하며 "보호법을 만들어서 피해자들이 범죄를 신고하고 피해를 고발한 여성들이 더 큰 위험에 놓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스토킹 범죄에는 유독 20대 여성 피해자가 많고 강간과 성폭력이 절대적으로 많다"면서 "일각에서는 남녀 개개인이 처한 불행이라는 의견도 있고, 젠더갈등으로 몰아가지 말라는 의견도 있는데 동의하나"고 물었다.

이에 김 장관은 "원인은 다양할 수 있지만 젠더갈등으로 보는 부분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며 "더 많은 여성이 피해자가 되는 것을 인지하고 있고 이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는 법무부와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여가부 폐지'를 두고 일부 의원들은 김 장관과 설전을 벌였다.

한준호 민주당 의원이 "여가부 기능 강화는 현재 굉장히 필요한 상황"인데 앞으로 장관의 역할은 여가부 폐지에 있느냐, 기능 강화에 있느냐"고 묻자 김 장관은 "두 가지가 배치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 장관은 "다양한 방식으로 업무를 강화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일을 진행하고 있고 시간이 지나면 많이 보여질 것"이라며 "현재의 조직으로 할 것인지 다른 형태로 할 것인지는 지금의 형태가 가장 바람직하고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라고 말씀드릴 수 없다"고 했다.

현행 스토킹 처벌법은 지난 4월 재정돼 올해 10월 21일부터 시작됐다. 법 시행으로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강화됐지만, 피해자 보호 조치 미흡, 2차 범죄 등 곳곳에서 허점이 들어나면서 보완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편 여야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스토킹 피해자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 등 법안 79건을 상정하고, 신당역 스토킹 사건 피해자를 추모하는 묵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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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행정 / 허 균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