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안보·경제 등 현안 놓고 나흘간 대정부질문
與 이재명 검찰 조사 주장, 野 김건희 특검법 제정 촉구
'책임 총리' 한덕수 현안 대응 능력도 도마에 올라
국회에서 나흘간 진행된 대정부질문에서 여야는 전임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의 실책을 집중적으로 파고들며 날선 공방을 벌였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의 태양광 사업 비리 의혹과 월성원전 조기 폐쇄 문제, 대북정책 기조 등을 비판한 반면 야당인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조문 외교 논란, 김건희 여사 의혹 등을 따져 물었다.
국회가 국민을 대신에 정부에게 질의하는 자리지만 여야의 정국 주도권 싸움으로 민생 현안이 뒷전으로 밀려나면서 다음달 국정감사에서도 민생은 실종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정부질문 첫날인 19일 여야는 정치 분야 현안을 놓고 격돌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불거진 각종 의혹들을 지적하며 김건희 여사 의혹 규명 특별검사법 제정을 촉구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의 태양광 발전 활성화 사업 논란 등을 거론하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적극적인 수사를 요청했다. 영빈관 신축 예산 논란에 대해선 "국격에 맞게 필요한 것", "당당하게 추진해도 된다"며 방어 논란을 폈다.
이날 첫 질의자로 나선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정부의 군 예산 삭감을 주장하며 "윤석열 정부가 군인들의 팬티 값까지 깎아버렸다"고 비난했지만 이틀 뒤 "착오였다"고 발언을 정정했다. 국민의힘은 "거짓 선동으로 목소리만 높이는 아마추어 야당의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은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태양광 이권 카르텔, 임대차 3법,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등 을 문재인 정부의 실책으로 언급하며 "비정상적인 국가를 정상 국가로 바르게 세우는 일이 윤석열 정부에게 국민이 걸고 있는 기대이자 시대적 사명"이라고 했다.
◆"尹 조문 불발은 외교참사" vs "정쟁으로 몰아가"
외교·통일·안보 분야 질문이 이뤄진 20일 대정부질문에선 윤 대통령의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조문 취소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영빈관 신축 예산 논란도 이틀째 이어졌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조문 불발을 '외교 참사'로 규정하며 포문을 열었다. 민홍철 민주당 의원은 "윤 대통령 내외가 계획된 조문을 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며 "다른 나라 정상은 교통이 혼잡해도 걸어서라도 조문하는 모습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같은당 김병주 의원은 "일부 국민은 상갓집에서 조문은 하지 않고 육개장만 먹고 온 게 아니냐는 말까지 한다"며 "2시간 일찍 출발했으면 이런 일이 안 생겼을텐왜 예측하지 못했나"라고 질책했다.
민주당의 공세에 국민의힘은 "조문 외교마저 정쟁으로 몰아간다"며 반박에 나섰다.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영국 국왕 조문에 대해 국내에서 외교 실패라고 시끄럽게 정쟁하는 나라는 대한민국 외에 없었던 것 같다"며 "혹시 우리나라와 비슷한 경우가 생기면 개인적으로 알려달라"고 했다.
반면 한국산 전기차를 보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해선 여야 모두 정부의 대응을 질타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윤 대통령이 지난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을 만나지 않은 것을 치명적인 실수라고 보도한 미국 블룸버그 통신을 인용하며 "왜 대통령이 만나지 않았는가"고 했다. 민홍철 의원은 "사후약방문식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文정부 가렴주구식 정책" vs "尹정부 부자만 감세"
21일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여야는 경제 위기 책임론을 서로에게 떠넘기며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의 주52시간제와 임대차 3법, 최저임금 인상 등에 공세를 퍼부었고, 민주당고 정의당은 윤석열 정부의 법인세 정책과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공격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 정권은 잘못된 28번의 부동산 정책으로 서울 아파트값을 2배로 올렸다"며 "가렴주구식으로 종부세 납부자는 2.5배, 세금은 4.3배나 올렸고, 예산을 남발해서 국가 부채를 400조나 올렸다"고 했다.
반면 김수흥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정부는 민생 살피는 정부가 아니라 부자들만의 세상을 만들어가는 정부"라고 비판했고, 정의당 심상정 의원도 "종부세 깎아주는 것은 전광석화처럼 하고, 집 살 사람들 대출금을 지원해주면서 주거약자들에게는 5조7000억원을 깎았다"고 했다.
◆대정부질문 마지막날 尹 비속어 논란…여야 난타전
대정부질문 마지막날인 22일에는 교육·사회·문화 현안에 관한 질의보다 윤 대통령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48초 환담과 비속어 논란 등이 주를 이뤘다. 이 과정에서 김원이 민주당 의원은 한덕수 국무총리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김 의원은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만난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 회의장을 빠져나오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한 내용의 동영성을 상영하며 "대통령이 역사상 초유의 외교참사를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한 총리는 '동영상을 봤느냐'는 김 의원의 질문에 "얘기는 들었지만 어떤 상황에서 저런 말씀을 하셨는지 명확히 여기서 단정할 수는 없다"고 했고, 이에 김 의원은 "다른 자리도 아니고 미국 대통령과의 공식 행사장에서 미국 국회는 '이XX'로, 미국 대통령은 '쪽팔려' 한 방으로 보내버리셨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한 총리는 "그 얘기가 명확히 들리고, 통역도 됐고, 그래서 (그 얘기가) 바이드 대통령에게 들어갔느냐"고 반발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현장에 있던 기자들 카메라에 녹화가 됐다"고 했고 한 총리는 다시 "'무슨 얘기인지 명확하게 들리지 않는다'는 분들도 많더라"고 응수했다.
두 사람은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의 약식회회담을 두고도 입씨름을 벌였다. 김 의원은 "회담 전 부터 일본 정부는 합의가 안됐따고 불쾌감을 드러냈고 기사다 총리가 만나지 말자고 했다는 보도까지 있었다"며 "이 상황에서 총리가 현안 파악을 못하고 있다면 직무유지"라고 한 총리를 추궁했다.
이에 한 총리는 "의원님이 너무나 예민하게 생각하니 거기서 일어난 일을 현장에 있었던 것처럼 말씀 드리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라고 답했다. 두 사람의 언성이 높아지자 의원석에선 항의의 목소리가 나왔다.
◆ '신문 총리' 한덕수 답변도 논란
정부를 대신에 답변에 나선 한 총리의 현안 대응 능력도 도마에 올랐다. 한 총리는 대정부질문 동안 영빈관 신축 예산 논란과 대통령 헬기 사고를 신문 보도를 통해 알았고, 박진 외교부 장관의 소재도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히면서 논란을 키웠다.
한 총리는 19일 대정부질문에서 '영빈관 신축 예산 편성을 알고 있었느냐'는 서영교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저는 몰랐고 신문을 보고 알았다"고 답했다. 20일 대정부질문에선 김병주 민주당 의원이 '대통령 헬기가 '(대통령실 청사에) 내리다가 나무에 부딪혀 꼬리 날개가 손상된 것을 알고 있느냐'고 묻자 "신문에서 봤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영국 여왕 조문 당시 '박진 외교부 장관은 어디에 있었느냐'는 질문에도 "대통령님을 모시는 걸로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 총리의 답변과 당시 박 장관은 미국 뉴욕에서 외교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전날 KBS라디오 '최영일의 시사본부'와의 인터뷰에서 "청와대하고 내각이 따로 노는 것도 아니고 저 정도면 총리를 그만둬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근식 전 국민의힘 비전전력실장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전체적인 대통령 순방외교에 대한 것들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외교부 장관이 어디 가있는지를 총리가 모른다는 것은 굉장히 놀라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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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행정 / 윤환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