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로 간 검수완박.... "가장행위 효력 없어" 민형배 탈당 등 재판관 송곳 질문 이어져
검수완박 권한쟁의 심판…질문들도 눈길
김기영 "부처 폐지도 권한쟁의 가능한가"
이선애 "소추권 헌법서 어떻게 도출되나"
"고발인은 이의신청 배제…이유가 뭔가"
국회 측 "고발 남발하는 사람들 우려에"
이종석, 민형배 탈당에 "가장행위 효력 없어"
국회 측 "정치적 선택…법 위반 평가는 위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으로 불리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 공개변론에서는 법무부·검찰 측과 국회 측을 상대로 한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송곳 질문도 눈길을 끌었다.
헌재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법무부 장관 등과 국회 간의 권한쟁의 심판 사건의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개정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이 검사의 수사권과 소추권을 침해했는지 여부를 심리하는 사건이다.
개정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은 지난 4~5월 사이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검사의 직접 수사권을 부패와 경제 범죄 등 2대 범죄로 제한하고, 수사개시 검사와 기소 검사를 분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사건의 쟁점은 ▲법무부 장관과 검사에게 수사권 축소 법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 자격·능력이 있는지 ▲헌법에 명시된 영장청구권이 검사의 수사권을 포함하는지 ▲개정안의 본회의 통과에 절차상 하자가 있는지 등이다.
김기영 재판관은 법무부 장관에게 당사자 적격이 있는지와 관련해 법무부 측에 '정부조직법을 개정해서 한 부처를 폐지하기로 했다고 하면 그 장관은 국회를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헌법재판관 출신인 법무부·검찰 측 강일원 변호사는 "외교부 장관을 없애고 외교 권한을 박탈한다고 하면, 위헌으로 보고 권한쟁의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주어진 권한을 개정한다면,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그 절차가 헌법과 법률에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검사가 단독관청이지만 독립관청은 아닐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는 김 재판관 질의에 강 변호사는 "단독관청으로 권한이 법률상 주어져 있다. 검사는 영장청구권을 행사하는 최소한 헌법상 기관"이라고 했다.
국회 측 대리인으로는 헌재 연구관 출신인 노희범 변호사와 장주영 변호사가 참여했다. 국회 측은 김 재판관 질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 "검사는 청구인으로 수사권 침해를 다투는데, 당사자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재판관들은 검사가 영장청구권자로 정해진 것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이 조항 등을 바탕으로 검사의 수사권과 소추권이 헌법에서 도출되는지가 쟁점이 되고 있다.
이선애 재판관은 검사의 권한을 소추권으로 본다면 헌법에서 어떻게 도출되는지와 검사의 수사 규제자 지위가 소추권의 본질적 내용에 포함된다고 봐야 하는지 등을 물었다.
국회 측 대리인은 "헌법상 검사가 소추권을 가지고 있다고 명시적으로 규정된 것은 없다. 법률로 정하는 입법사항이라고 이해한다"고 밝혔다.
법무부 측은 "헌법 12조가 법치주의 대표자로서 검사의 중재를 인정한다. 이를 바탕으로 검사의 소추권은 넉넉히 인정된다"고 맞섰다. 헌법 12조는 검사의 청구로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의하지 않고서는 체포·구속 등을 당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이종석 재판관은 민형배 무소속 의원의 '민주당 탈당'에 관해 "법률적으로 어떻게 평가해야 하나. 가장행위는 효력행위로 인정하지 않는 게 법의 원칙"이라며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중요 원리인 다수결 원칙을 위배한 게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에 국회 측 노 변호사는 "국회의원의 정치적 선택을 내심의 의사를 통해 법 위반 여부를 평가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정치인의) 이해집산을 고도의 정치적 형성 행위로 이해하고 있다. 사법 관계로 평가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선애 재판관은 개정안의 '독소조항'이라고 불리는 '고발인'의 이의신청권 배제 이유와 대책에 대해 물었다. 구체적으로 성폭력 혹은 아동대상 범죄의 제3자 고발 사건을 경찰이 불송치한 경우 등을 가정해서 물었다.
국회 측은 "권리로서 배제됐지만 고발단체가 재수사를 요청할 근거 자료나 이유를 제시해서 검사의 재수사 요청권을 촉구하는 방식을 실무상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이 배제된 이유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고발을 남발하는 사람들, 전문고발단체의 고발 등에 대한 우려가 있어서 제외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폭력 피해자나 아동학대 피해자 등 제3자 고발에 의지할 가능성이 있는 사회적 약자들이 재정신청이나 헌법소원을 제기할 권한이 침해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검사가 불송치 기록을 받아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고 했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