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계곡살인' 이은해·공범 조현수에 '무기징역' 구형

전자발찌 부착 20년도 요청
검찰 "피고인들, 피해자를 한낱 먹잇감 취급"
변호인 "공소사실 입증할 직접증거 없는 잘못된 재판"
이은해 "오빠가 제게 복종했다는 것, 말도 안 돼"
조현수 "이은해와 불편한 관계를 갖지 말 걸, 후회"

 '계곡 살인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이은해(31·여)·조현수(30)씨에게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검찰은 30일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이규훈)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살인 및 살인미수,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미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이은해씨와 공범 조현수씨에게 무기징역을 각각 구형했다.

검찰은 또 이씨 등에게 전자장치부착명령 20년, 보호관찰 5년 등을 요청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피고인들이 도주 및 체포, 구속, 법정에 이르기까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돼 국민의 공분을 자아냈다"며 "이는 수년간 피고인들이 남편 등의 꼬리표를 이용해 착취하다가 생명보험금 노리고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위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 "유족과 피해자의 친구, 직장 동료들은 피해자를 착하고 순수한 사람이라고 진술했으나, 피고인들은 피해자를 한낱 먹잇감으로 취급했다"며 "이씨는 혼인신고를 한 이후부터 피해자가 사망하는 그날까지 하루도 정상적 혼인관계를 유지한 적이 없고, 다른 남자들과 동거해 온 사실을 자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씨와 조씨는 끝내 사망보험금을 노려 피해자를 물에 빠뜨려 숨지게 했고, 그 과정에서 피고인들은 해외여행과 유흥을 즐겨왔다"며 "수사과정에서도 궤변을 늘어놓고, 지인들에게 상황이 불리하다고 메시지를 보낸 뒤 약 4개월간 호화 도피생활을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구속 이후에도 피고인들은 감시망을 피해 서로 쪽지 주고받으며 검찰의 수사 내용을 공유하고 대책을 세웠다"며 "피고인들은 체포된 이후 공판과정에 이르기까지 검찰의 강압수사로 인한 사법 피해자라는 프레임을 짜는 등의 궤변을 늘어놔 사건의 본질을 흐려놓거나 악의적으로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시킨바 그 죄질이 극히 불랑하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최후변론에서 이은해·조현수씨 측 변호인은 "이은해에 대한 피해자 윤씨의 마음이 진심이었던 것 같다"면서 "이은해의 딸에 대한 애정이 깊은 것을 윤씨가 알고 진정한 결혼생활로 발전시키기 위해 입영을 먼저 제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은해에게 애정을 표현하기 위해 윤씨가 먼저 자신을 피보험자로 한 생명보험에 가입하라고 한 것"이며 "이은해는 보험 관련 지식이 부족해 세부 내용까지 보정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고 항변했다.

이어 "이은해의 라이프스타일상 생명보험이 실효와 부활을 반복하다보니 어느 시기에 사고가 벌어진다고 하더라도 '실효 며칠 전, 부활 며칠 후'라는 식의 범죄 프레임을 가두기 좋다"며 "검찰이 의도적으로 개연성 없는 사건들을 보험 실효와 부활의 시기에 꿰맞춘 허구의 논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또 "검찰은 복어독과 관련해 어떻게 내장 등을 구했는지 방법 등에 대해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 재판은 애초부터 공소사실을 입증할만한 직접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정황 등에 의해 기소된 잘못된 재판"이라고 주장했다.

최후진술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선 이은해씨는 오열하느라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녹색 수의를 입고 이날 법정에 출석한 이씨와 조씨는 구치소에서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장문의 최후진술서를 피고인석 앞에 서서 읽으며 용서를 구했다.

특히 이씨는 "저의 못난 과거 행실로 인해 지금까지 비난받았다"며 "하루하루가 지옥 같아서 힘들고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이씨는 "당시 오빠(윤씨)가 물 위로 보이지 않자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면서 "제 아이를 자신의 아이처럼 생각해주고 진심으로 위해줬던 오빠를 절대 죽이려 하지 않았다"고 울먹였다.

그러면서 "오빠가 제게 굉장히 잘해줬지만, 자신이 싫은 건 절대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며 "오빠가 제게 복종했다는 건 절대 말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낚시터에서 오빠가 물에 빠진 건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다"거나 "동행한 지인의 아버지 이야기를 듣고 복어를 접했고 당시 맛있게 먹었다"고 항변했다.

조현수씨는 "5년 전 어머니의 병세로 간병하느라 힘들고 지칠 당시 이은해와 마음이 맞아 당시 여자친구를 속이고 놀러 다녔다"면서 "그저 단순히 놀러 다니는 것이 좋았는데 이런 불운의 사고를 겪어 가슴이 아프다"고 회상했다.

또 "애초에 이은해와 불편한 관계를 갖지 말 걸 하는 수많은 후회를 했다"며 "내연남이라는 타이틀은 조사받는 3년 내내 저를 가해자로 생각하게 하는 수식어였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조씨는 피고인 신문 당시 주장했던 것처럼 "검찰 수사 중 압박감과 부담감을 견디지 못하고 도주했다"면서 "조사받을 당시 검찰로부터 통제당하고 회유 받아 무섭고 두려웠다"고 호소했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 23일 결심공판을 열고 검찰의 구형을 들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검찰에 공소사실과 관련해 작위에 의한 살인죄인지,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인지에 대한 의견을 확인하며 이날로 구형을 연기한 바 있다.

이날 검찰은 결심공판 과정에서 "이 사건은 작위적 요소와 부작위 요소가 결합돼 있다"며 "계곡살인 범행은 우연한 상황을 만들어 구호조치 하지 않아 피해자를 살해한 단순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 아니라 치밀한 계획에 의해 실행된 작위에 의한 살인으로 평가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다만 "피고인들은 피해자가 수영을 못 한다는 사람이란 것을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이빙을 강요했다"며 "조씨는 물속으로 직접 뛰어드는 등 적극적인 선행 행위를 행한 뒤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아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도 인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재판이 끝난 뒤 피해자의 매형은 기자들과 만나 “(피해자가) 인권조차도 없게 그렇게 운동화 하나 변변한 거 없이, 라면 하나 못 사 먹을 정도로 비참하게 갔을까 하는 생각에 가장 가슴 아팠다”며 “하루아침에 잊혀질 사건은 아니기 때문에 피해자의 유품 등이 일부 집에 있는데 따로 빼놓고 금기 사항으로 지켜만 보고 있었던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검찰의 구형과 관련해) 우리나라에서 할 수 있는 게 무기징역 아니면 사형밖에 없기 때문에 저희가 불만족이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많은 분들이 고생을 많이 해 주셔서 고맙다”고 덧붙였다.

이씨 등은 지난 2019년 6월30일 오후 8시24분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수영을 못하는 이씨의 남편 윤모씨에게 다이빙을 강요해 물에 빠져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앞서 2019년 2월 강원 양양군 펜션에서 윤씨에게 독이 든 복어 정소와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이거나, 3개월 후인 같은 해 5월 경기 용인시 소재의 한 낚시터에 윤씨를 빠뜨려 살해하려 한 혐의 등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보험금 8억원을 노리고 범행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이씨와 조씨는 검찰의 2차 조사를 앞둔 지난해 12월14일께 잠적한 뒤 4개월 만인 지난 4월16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3호선 삼송역 인근 오피스텔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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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 김 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