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벌금형→항소심서 각 징역 1년~8월, 집유 2년으로 가중
다량의 위험물을 불법으로 보관해 소방관 1명이 숨진 경기 안성시 물류창고 폭발 사고를 촉발시킨 화학제품 업체 관계자들이 항소심에서 가중된 형을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형사항소3-1부(부장판사 김수일 진세리 곽형섭)는 위험물안전관리법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화학제품 도매업 회사 대표 A씨 등 3명에 대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앞서 A씨 등 화학제품 회사 관계자들은 1심에서 벌금 1500~1000만원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각각 징역 1년~8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0만원으로 형이 늘어난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위험물 저장소 설치 허가를 받지 않은 이 사건 창고가 위험물을 저장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경제적 이득을 도모하기 위해 다량의 위험물을 장기간, 반복적으로 창고에 저장·운반해왔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러한 위법한 사정이 이 사건 폭발사고 발생 및 피해 확대에 기여한 것으로 보이며, 피고인들이 당심에까지 책임을 온전히 인정하지 않는 점 등 여러 양형 조건들을 종합해보면 피고인들의 형은 다소 가벼워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A씨 등은 2011년 8월부터 2019년 8월까지 1318회에 걸쳐 산소공급 없이도 연소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폭발성 물건인 아조화합물 11만3458㎏을 보냉 컨테이너 수납 등 적정한 온도관리 기능이 없는 택배 화물차를 이용해 운반하고, 이 중 8650.6㎏을 위험물 저장소 설치 허가를 받지 않은 안성과 용인지역 물류창고에 보관한 혐의로 기소됐다.
특히 이 사건 발생 장소인 안성 물류창고의 경우 조립식 나무 판넬 등으로 건물 지하에 저장소를 만들어 안전관리자나 적정한 온도 조절 장치도 없이 운영되고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1심은 "피고인들이 이 사건 위험물을 불법적으로 저장, 운반한 것이 원인이 돼 사고가 발생했으나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이들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후 A씨 등은 형이 너무 무거워서, 검사는 형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고 각각 항소했는데 항소심 재판부는 검사 측 손을 들어준 셈이다.
반면, A씨 등과 함께 위험물안전관리법위반,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사건 물류창고 대표 B씨는 같은 재판에서 징역 3년6월로 감형받았다.
B씨는 A씨 등과 공모해 지자체장 허가 없이 위험물 저장소를 설치해 운영하고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또 화재 발생으로 현장에 나온 소방관들에게 위험물을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아, 일반 화재 현장으로 오인하고 불을 끄던 소방관 1명이 화합물 폭발사고 여파로 숨지게 하고 주변에 있던 11명이 다치게 한 혐의도 있다.
그는 앞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사실오인 및 양형 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다.
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위험물 저장소 설치 허가를 받지 않은 창고에 이 사건 위험물을 장기간 저장하게 해 폭발사고 등을 유발해 많은 사상자와 재산피해를 발생하게 한 점에서 죄책이 무겁다"면서 "다만,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는 점, 일부 피해자와 추가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2019년 8월6일 오후 1시14분께 안성시 양성면 석화리에서 발생한 이 사건 화재는 창고 내 불법 위험물질 보관으로 인해 폭발사고까지 발생하며 피해가 더 커졌다.
이 불로 안성소방서 소방관 한 명이 숨졌고, 같은 소방서 소방관과 인근 공장 관계자 10명 등이 폭발 여파로 부상을 입었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기본부장 / 이병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