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으로 풀었다…UNIST·울산대 '공정분배원칙' 고안

사이언티픽 리포트 발표

UNIST(울산과학기술원)는 물리학과 김채운·김재업·김철민 교수팀이 ‘물리학 원리에 착안한 공정분배원칙’을 고안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연구는 울산대 경제학과 박지원 박사와 함께 진행했다.



통계물리학의 볼츠만 분포에 기반한 것이라 ‘볼츠만 공정분배원칙(The Boltzmann Fair Division)’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김채운 교수는 “한정된 자원의 분배 상황에서 서로 다른 상황에 놓인 이해당사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며 “참여자의 주관적 ‘만족’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합리적인 ‘분배의 원칙’이 나오기 어렵지만, 관점을 바꾸어 ‘자원의 자연스러운 분포’가 공정의 기준이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경제학의 분배 개념에 물리학을 적용한 까닭을 밝혔다.

볼츠만 분포는 물리계가 열적인 평형상태에 있을 때, 그 물리계에 속한 원자나 분자가 가장 높은 확률로 존재하는 자연스러운 에너지 상태 분포를 나타낸다. 일정한 온도로 맞추어진 방안에 존재하는 공기 분자의 속력 분포도 볼츠만 분포에 기반하고 있다. 볼츠만 분포가 내포하는 ‘자연스러운 분배’의 개념을 경제학에 도입하면 공정분배원칙의 기반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볼츠만 분포에서 사용되는 물리학적인 개념인 ‘입자’, ‘에너지 상태’, ‘에너지 값’을 공정분배에서 고려돼야 하는 경제학적인 개념으로 치환했다. 입자는 ‘한정된 자원’으로, 에너지 상태는 ‘참여자’로, 에너지 값은 ‘참여자의 자원 생산에 대한 기여도’로 둔 것이다.

김채운 교수는 “볼츠만 공정분배원칙에 내포된 ‘사회적 온도’의 값이 크면 참여자에게 폭넓게 자원이 배분되는 따뜻한 공동체가, 반대라면 소수의 참여자가 자원을 독식하는 냉혹하고 차가운 사회가 된다”라며 “우리 사회가 보다 따뜻한 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한 정책 수립 등에 기준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 고안된 볼츠만 공정분배원칙은 각기 다른 상황에 처한 다수의 참여자에게 한정된 자원을 배분해야 하는 다양한 복잡한 문제에 적용할 수 있도록 일반화돼 고안됐다. 자본주의 체제에 주요한 문제점인 ‘극단적인 부의 양극화 현상’을 완화하거나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한 ‘기후변화 문제 대응 분담’ 해결에도 시사점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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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본부장 / 최갑룡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