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손배소 63건 분석했더니…"정당 파업, 책임 안물어"

고용부, 손배소·가압류 2차 실태조사 결과 발표
판결 63건 중 불법 행위도 사유따라 책임 경감
청구 절반이 '사업장 점거'…"손배소 제한 신중"

파업에 나선 노동자들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손배소) 중 정당한 행위는 법원이 손배 책임을 묻지 않거나 불법 행위더라도 사유에 따라 그 책임을 경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손배소 실태조사 자체분석 결과로, 법원의 판단을 근거로 들어 야당이 추진중인 이른바 '노란봉투법' 실효성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21일 고용노동부는 2009년부터 올해 8월까지 기업과 국가 등이 노조와 간부, 조합원을 상대로 제기한 불법 쟁의행위 등 손배소 및 가압류 사건에 대한 2차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국회의 노란봉투법 논의를 앞두고 지난 4일 단순히 손배소 및 가압류 현황에 대해서만 발표한 1차 결과에 이어 판결이 선고된 사건을 보다 상세히 분석한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을 계기로 입법 논의에 다시 불이 붙은 노란봉투법은 파업에 나선 노동자에게 손배소와 가압류를 제한하는 내용의 노조법 2조와 3조 개정안을 일컫는다.

'근로자'와 '사용자'의 정의, 노동쟁의 행위의 개념을 확대해 합법 파업의 범위를 넓히는 동시에 쟁의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무제한의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분석은 지난 14년간 제기된 손배소 총 151건 중 판결이 선고된 63건을 대상으로 했다. 이 중 기각 판결은 24건, 인용 판결은 39건이었다.

기각 판결 24건 중 13건은 정당한 행위로 보고 손배 책임이 인정되지 않은 경우다. 나머지 11건 중 7건은 불법 행위는 맞지만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거나 손해와 상당한 인과 관계가 없는 경우 등이었다.

인용 판결 39건 중에서는 28건이 불법 쟁의행위로, 나머지 11건은 불법행위로 손배 책임이 인정됐다.

다만 39건 중 26건은 노조 등의 손배 책임을 제한, 최소 20%에서 최대 90%까지 손배액이 감경됐다. 이 중에서도 14건은 현대차 사내하청 노조의 직접고용 요구 파업 관련 사건이었는데, 40%에서 60%까지 책임이 줄었다.


고용부는 "불법 행위더라도 손해 발생 등이 있는 경우에만 손배 책임이 인정되고, 손배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사안에 따라 사용자의 귀책, 불법 행위의 동기 등을 참작해 책임이 경감된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법원이 손배소 청구에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만큼 야당과 노동계가 우려하는 '손배 폭탄'은 크지 않으며, 이에 따라 노란봉투법으로 손배소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도 지난 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부 국감에서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법원에 의해 (손배소가) 상식적으로 걸러지는 과정이라 보고 있다"며 노란봉투법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확인한 바 있다.

고용부는 특히 손배 청구 원인의 절반 가까이가 '사업장 점거'인 상황에서 손배소 자체를 막는 것은 기업의 과도한 재산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분석 판결 63건 중 사업장 점거로 인한 손배소는 31건(49.2%)이었으며, 청구된 31건 중 28건(90.3%)은 인용돼 손배 책임이 인정됐다. 이 과정에서 위력이 사용되는 경우는 93.5%에 달했고, 폭행과 상해가 동반되는 경우도 71%나 됐다.

정부는 이날 해외 사례를 들어 노란봉투법 신중론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고용부는 "대부분 국가에서 정당한 쟁의 행위에 대해서는 민사상 책임을 면책하고 있다"며 "불법 쟁의 행위에 대한 면책을 법률로 명시한 사례는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사업장 점거 등도 위법하다고 판단해 손배 청구를 허용하고 있다"며 "아울러 손배 범위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입법례는 찾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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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