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강대강 대치에 국감 이후 정기국회 '먹구름'
정국 급랭 최대 고비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
野, 尹 대국민 사과 거부시 시정연설 보이콧
與, 검찰 수사로 주도권 잡았지만, 현실은 여소야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여야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을 연계시킨 대장동 특별검사 요구에 이어 내년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 보이콧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검찰 수사를 고리로 정국 주도권을 잡은 국민의힘은 "국회 본연의 일에 집중해달라"고 했지만 내심은 조급한 상황이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야당과의 대치가 길어지면 내년도 예산안과 윤석열 정부 주요 법안 통과에 난항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3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거대 야당과의 협상을 맡고 있는 저로서는 이런 경색 상황이 대단히 우려스럽다"며 "민주당의 의사일정 진행을 거부하고 협력하지 않는다면 그 피해를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삼권분립으로 법원 시스템에 따라서 움직이고 모두 따르기로 약속한 상황"이라며 "민주당의 냉정을 촉구한다. 수사는 수사대로 맡겨서 승복하고 국회 본연의 일에 집중해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검찰 수사로 여야 갈등이 장기화 되는 상황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국정감사를 앞둔 지난달 "약자와 민생, 미래를 위한 정책 추진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입법 뒷받침을 하겠다"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중점 추진할 10대 최우선 법안을 선정, 발표했다.
여기에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을 골자로 하는 세재개편안과 여성가족부 폐지 내용을 담고 있는 정부조직개편안도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참이었다. 그러나 지난 20일 검찰의 민주당사 압수수색 시도를 계기로 정국이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정부의 주요 쟁점 법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에 먹구름이 끼었다.
특히 지난 19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민주당이 여당의 거센 반발에도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처리한 것은 여소야대 현실에 부딪힌 국민의힘의 상황을 여실히 보여줬다. 여당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민주당이 수적 우세로 무조건 밀어붙이며 주요 입법을 가로 막고 있으니 집권여당이라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밝혔다.
정국 냉랭의 최대 고비는 내년도 예산안이다. 국회는 다음달 30일까지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마무리하고 12월 2일까지 본회의에서 처리해야 하지만 여야 합의가 되지 않으면 법정시한 내 통과는 장담할 수 없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한 주요 사업 예산을 윤석열 정부 기획재정부가 삭감한 점을 문제 삼아 대폭 손질할 계획이다.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와 공공형 노인일자리, 청년추가고용장려금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오는 25일 예정된 윤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 대해선 보이콧을 거론하는 등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당내에서는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대통령 시정연설을 거부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견이 세게 올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 역시 대정부 투쟁으로 무게 중심을 빠르게 옮기고 있다.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구속되면서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전열을 재정비해 장기전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국회 무시, 야당 탄압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대국회 사과를 촉구한다"며 "진정성 담긴 대통령의 사과가 전제돼야 협치 물꼬가 트이고 위기를 극복할 정치 복원의 시발점도 마련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위기 극복 역량이 부족하더라도 대통령이 통 크게 통합의 정치를 한다면 진정성이라도 인정받을 텐데, 갈수록 게도 구럭도 다 놓치고 있다"며 "국민의 삶은 뒷전인 채 윤석열 정권은 방약무인"이라고 주장했다.
조정식 사무총장도 "윤석열 정권이 경제는 내던지고, 민생은 포기하고, 협치는 걷어차고 오로지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 죽이기, 민주당 압살에만 혈안이 돼 있다"며 날을 세웠다.
야당의 대정부 투쟁에 국민의힘은 '대장동 특검 수용 불가'라는 입장을 유지하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강조하는 여론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주 원내대표는 대장동 특검 추천 방식에 대한 여야 협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특검 요건이 안 된다"며 "특검 요구는 속이 뻔히 보이는 시간 끌기, 물타기, 증거인멸용이라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도 논평에서 민주당의 특검 제안은 "이 대표가 수사를 막고 죄를 덮으려는 검은 속내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신의 악수(惡手)"라며 "이재명에 의한, 이재명을 위한, 이재명의 특검은 국민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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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김두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