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의 연구비 6억원과 허위로 물품을 구입한 것처럼 꾸며 1억여원을 가로채 파면된 국립대학법인 인천대학교 교수에게 학교 측에 7억원을 배상하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인천지법 민사14부(부장판사 김지후)는 인천대 산학협력단이 전직 인천대 교수 A(50대)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에게 “7억5185만원을 인천대 산학협력단에 지급하고 소송비용도 모두 부담하라”고 명령했다.
A씨는 지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국가연구개발사업 연구과제 20여개를 맡으면서 학생 연구원들로부터 인건비 등록 계좌에 연결된 통장, 체크카드를 일괄적으로 걷어 관리했다.
그는 인천대가 계좌로 지급한 학생들의 인건비를 자신이 수령한 뒤 일부만 학생들에게 지급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총 1757회에 걸쳐 학생 연구원 48명의 인건비 명목으로 합계 6억3814만원의 인건비를 가로챘다.
특히 48명의 학생 연구원 가운데 24명은 연구를 하지 않은 ‘유령 연구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또 같은기간 공구 도소매 회사 대표와 공모해 연구과제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한 것처럼 꾸며 인천대 법인카드를 사용해 63회에 걸쳐 1억7388만원을 가로채기도 했다.
재판과정에서 인천대 측은 “A씨가 학생연구원 인건비 명목으로 6억3814만원, 연구재료비 명목으로 1억7388만원을 지급받아 편취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며 “이 가운데 6000만원을 변제했으므로, A씨는 7억5185만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이에 A씨 측은 “인천대 측이 학생인건비 및 연구재료비 명목으로 입금한 돈은 연구과제 발주처인 각 중앙행정기관 등의 위탁을 받은 것”이라며 “그 돈은 인천대의 소유가 아니고, 용도대로 사용되기 전까지 소유권은 발주처에 유보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씨의 행위로 인해 인천대는 발주처로부터 환수처분이나 제재부가금 처분을 받지 않았고 처분이 이뤄질 것이라는 확신도 없다”며 “인천대는 A씨와 연대해 발주처에 연구비를 반환할 의무를 지는 연대채무자일 뿐,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아 배상을 요구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인천대는 관련 기관이나 기업 등과 체결된 협약의 당사자로 연구개발비를 지급받았다”며 “연구개발비는 지급됨과 동시에 인천대의 소유에 속하며, 소유권이 지급기관에 유보돼 있는 것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는 허위의 학생연구원을 등록하거나 학생연구원 명의 계좌를 관리하면서도 학생인건비가 학생연구원에게 지급되는 것처럼 인건비 지급을 청구했다”며 “연구재료를 공급한 사실이 없음에도 연구재료비 지급을 청구하는 등 불법행위를 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인천대는 A씨에게 속아 학생인건비, 연구재료비를 지급해 상당의 손해를 입게 됐다”며 “인천대는 A씨의 기망행위가 없었더라면 국가연구개발사업 과제에 대한 참여제한, 사업비 환수 및 제재부과금 부과 등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학생인건비, 연구재료비를 지출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여, A씨의 불법행위에 따른 인천대의 손해 및 인과관계 역시 모두 인정된다”고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A씨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1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으나, 양형이 부당하다는 이유로 항소했다.
이후 그는 2심에서 감형돼 징역 3년 6개월의 확정판정을 받았으며, 지난해 5월 대학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뒤 파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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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 김 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