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에 숨진 공무원…법원 "시간외 업무 과도했다면 순직"

카카오톡 등 시간 외 업무 수행 잦아
1심 "공식 근무시간만 고려해선 안돼"
"과로로 인한 질병 악화" 원고 승소

공식적으로 기록된 초과근무 시간이 적더라도, 시간 외로 과도한 업무수행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면 사망과 업무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정상규)는 공무원 A씨의 배우자 B씨가 인사혁신처장을 상대로 낸 순직유족급여 불승인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 8월25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국토교통부 소속 공무원 A씨는 2019년 12월에 임시정부기념관 건립 추진단에 파견됐다. 건축시공팀 소속 사무관으로서 건축·토목·조경, 용지 보상 지원 및 민원, 국토부와의 협업 업무 등을 수행했다.

A씨는 추진단에서 일하는 6개월간 23회 출장을 다녀왔으며 연가는 하루 사용했고, 48일간 연고지에 가지 못해 서울에서 홀로 생활하기도 했다. 초과근무 일수는 83일이었다.

A씨는 2020년 4월 하순께 출근해 점심식사를 한 후 산책을 하다 심정지로 쓰러졌고, 쓰러진 지 3주 만인 2020년 5월 중순께 사망했다.

이에 B씨는 A씨 사망이 공무상 사망에 해당한다며 같은 해 6월 인사혁신처에 순직유족급여 지급을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B씨는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A씨가 사업의 핵심 업무를 홀로 담당한 점, 기공식 준비를 위해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업무를 수행한 점, 심장질환을 진단받은 적은 있지만 흡연·음주를 피하며 건강관리를 철저히 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처분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A씨의 공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A씨가 퇴근 후나 휴일에도 이메일, 카카오톡 등으로 업무를 처리한 점, 목표 준공시점까지 여유가 부족한 상황에서 공사를 차질 없이 진행하기 위해 관계자들과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상당한 강도의 업무를 수행한 점을 고려했다.

재판부는 A씨의 근무 상황과 법원 감정의 소견 등을 종합할 때 "A씨의 기존 심뇌혈관 질환이 과로 및 스트레스로 인해 급격히 악화됐고, 그에 따라 발생한 심정지로 사망에 이르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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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