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낙인 찍힐라"…건설사, 분양일정 줄줄이 '연기'

1월 실제 분양 실적 4가구 중 1기구만 분양
고금리 기조·집값 추가 하락…주택 수요 '뚝'

"자칫 미분양으로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어 예정된 분양 일정을 신중하게 재검토하고 있어요."

지난 9일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아파트 분양시장과 관련한 뉴시스 취재진의 질문에 "서울과 수도권이라고 해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입지가 매우 뛰어나거나 주택 수요가 확실한 곳이 아니면 분양 일정을 미룰 수밖에 없다"며 "분양을 연기하는 만큼 금융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에 마냥 미룰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분양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건설업계가 올해 초 예정된 신규 단지의 분양 일정을 연기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위험수위를 넘어 7만 가구에 육박하는 가운데 서울과 수도권에서도 조차 할인 분양이 진행되는 등 분양시장 한파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시장 상황에 따라 분양 일정이 밀리기도 하지만, 상대적으로 주택 수요가 많은 서울과 수도권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의 가운데 분양 일정이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곳이 잇따르면서 올해 신규 아파트 공급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신규 분양에 나선 단지들의 분양 성적이 저조하자, 분양을 연기하는 단지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지난달 분양 실적이 계획 물량의 4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초에 조사한 1월 분양 예정단지는 10개 단지, 총 7275가구, 일반분양 5806가구였다. 하지만 이달 재조사한 결과 실제 분양이 이뤄진 단지는 4개 단지, 총 1569가구로 공급실적률 22%, 일반분양은 1461가구에 그쳐 공급실적률이 25%에 그쳤다. 당초 분양 예정 물량 4개 중 1개만 공급된 것이다.

이달에는 전국에서 16개 단지, 총 1만2572가구가 일반분양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2월(2만1494가구)과 비교해 42% 감소한 것이다. 미분양이 집중된 지방 단지들이 분양을 미루면서 2월 전체 물량의 65%(8149가구)가 수도권에서 분양될 예정이다. 다만 미분양 물량이 급증했고, 고금리 기조로 주택 수요가 위축되면서 예정된 분양 물량이 실제로 공급될지 미지수다.

정부의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에도 분양시장에선 미분양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리 인상과 집값 추가 하락 우려로 주택 수요가 급감해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물량은 6만8107가구로 전월(11월 말) 대비 17.1%(1만80가구) 증가했다. 수도권은 전월 대비 6.4%(662가구) 증가했고 지방은 19.8%(9418가구)가 늘어 지방의 미분양이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난달 청약을 진행한 11개 단지 중 1대 1의 경쟁률을 넘어선 단지는 3곳에 불과하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분양에 나선 신규 아파트 10곳 중 7곳이 한 자릿수 경쟁률도 채우지 못하고 미달됐다. 청약 접수를 받은 아파트의 1·2순위 경쟁률을 조회한 결과 11개 단지 중 72.7%인 8곳이 1대 1을 밑돌았다. 1순위 기준으로는 81.8%인 9곳이 미달됐다.

전문가들은 분양시장 위축으로 분양 예정 물량 중 상당수가 실제 분양으로 이어지지 못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미분양의 빠른 증가와 분양시장의 전반적 위축이 계속되며 예정된 시기에 분양을 진행하지 못하는 단지가 늘어났다"며 "미분양 물량이 누적되면서 2월 예정 물량 또한 실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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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