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주의 위반" 1심 금고형 집행유예
2심 같은 근거로 "원심 판단은 정당" 판시
다만 민사소송 배상 감안해 감형 선고 내려
환자 동의 없이 수술 중 폐 일부를 떼어낸 의사가 금고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1심과 달리 2심에서 감형받았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3부(부자판사 김형작·장찬·맹현무)는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학 병원 의사 A씨에 대해 금고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던 1심과 달리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해 폐엽 절제술에 대해 사전에 설명하지 않은 채로 동의 없이 수술을 한 사실이 인정돼 영구적 상해가 발생한 원심 판결은 정당하다"면서도 "양형부당 주장에 대해서는 고려할 점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서울 소재 한 대학병원 흉부외과 전문의로 근무하던 A씨는 2016년 환자 B씨의 폐 조직검사를 하면서 폐 우측 상단의 우상엽을 모두 잘라냈다. 하지만 이는 당초 소량의 폐 조직을 채취하기로 환자와 합의했던 것과는 다른 의료행위였다.
A씨는 조직검사를 통해 B씨의 증상에 대한 원인을 악성 종양세포가 없는 염증으로 판단했고, 만성 염증으로 인해 폐 일부 기능이 회복되기 어렵다고 생각해 환자의 동의 없이 폐 일부를 절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종 검사 결과가 '결핵'으로 나오면서 폐를 절제할 필요가 없었던 것으로 판단됐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절제술은 적절한 의료행위였다고 주장했다. 소량의 조직 채취만으로 병명 확진이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할 수 없고, 추가 절제 행위와 상해 결과 간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2021년 8월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절제술 관련 환자 의사를 확인해야 하는 업무상 주의 의무가 있었고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점에서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 역시 "피해자가 악성종양 제거 목적이 아닌 단순 진단을 이유로 한 폐 절제를 설명했다면 과연 동의했을까 의문"이라며 같은 근거로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다만 2심은 A씨와 해당 병원 측이 이 사건 관련 민사소송으로 B씨에게 11억원을 배상하도록 한 대법원 판결을 감안해 감형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30년 이상 흉부외과 전문의로 성실하게 근무했고 치료를 위해 노력하다가 범행에 이르게 된 점, 병원 측이 손해배상금으로 11억원을 지급한 점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이 무겁다고 봤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피고인을 벌금 1000만원에 처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