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불법사찰로 가족 몰락"…진실화해위 '월북자 연좌제 사건' 규명

경찰 등 '월북자 가족' 장기간 불법 감시 및 사찰

직업, 생활수준 등 상세히 기록…'공산주의' 기재

"헌법상 금지된 연좌제…국가의 배·보상 필요해"

'수사기관 고문에 의한 살인누명 사건' 진실규명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월북자 가족 연좌제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헌법상 금지된 연좌제가 적용돼 국가의 불법 사찰이 이뤄져 기본권이 침해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국가의 사과와 보상도 권고했다.



진실화해위는 지난 14일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빌딩에서 제52차 위원회를 열고 '월북자 가족 연좌제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고 23일 밝혔다.

'월북자 가족 연좌제 인권침해 사건'이란 이모(98)씨가 한국전쟁 중 월북한 사실이 알려지자, 그의 동생 고(故) 이모씨와 조카 이모(64)씨 등 가족들에 대한 국가의 장기간 불법 감시와 사찰이 이뤄진 사건이다. 이 과정에서 이(98)씨의 어머니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집안이 몰락했다고 진실화해위는 전했다.

진실화해위는 이 같은 불법 감시·사찰은 헌법 17조에 보장된 기본권인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연좌제는 헌법상 금지됐다고 강조했다.

조사 결과 포항경찰서 송라지서는 피해자의 신상, 가족관계, 직업 및 생활 수준 등을 상세히 기록한 '경찰신원조사서'를 갖고 있었다. 특히 피해자에 대해서 '요시찰인에 편입 시찰 중', '공산주의' 등으로 기재한 사실도 드러났다.

아울러 포항지방해양수산청이 교부한 피해자 조카의 선원수첩에는 '외항불가'라고 기재한 사실도 진실화해위 조사 결과 드러났다. 진실화해위는 "외항선원이 되지 못하게 한 것은 헌법상 기본권인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사건은 1기 진실화해위도 조사를 진행했지만, 당시에는 '현저히 부당한 공권력의 행사로 인한 중대한 인권침해가 없었다'며 각하 처리됐다.

진실화해위는 "국가가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 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화해를 이루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명예회복과 배·보상 등 합당한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고 전했다.


진실화해위는 이 밖에도 '수사기관의 고문·가혹행위에 의한 살인누명 사건'에 대해서도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수사기관의 고문·가혹행위에 의한 살인누명 사건'이란 1957년 10월26일 강원 원주시 소재 육군 헌병대 소속이었던 고(故) 최모씨가 다른 혐의자 2명과 공모해 원주경찰서 소속 순경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돼 유죄를 선고받은 사건이다.



최씨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항소심과 상고심, 재심에서 '상해치사 및 사체유기죄'로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수사 과정에서 경찰, 검찰의 고문과 가혹행위를 받았지만, 살인 현장을 목격했다는 주점 관계자의 허위자백을 근거로 기소됐다고 진실화해위는 밝혔다.

진실화해위 조사 결과 3명의 피고인과 다수의 증인들이 해당 사건 각급 법원 재판 과정에서 경찰과 검찰의 고문, 가혹행위, 자백 강요 등 위법행위에 대해 증언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사건 현장을 목격했다는 주점 관계자 또한 위증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뒤, 경찰의 강압에 못 이겨 허위 증언을 했다고 언론에 폭로한 점도 파악됐다.

진실화해위는 "고문, 가혹행위 등 위법행위가 있었으므로 형사소송법에 따른 재심 사유에 해당한다"며 "국가가 수사 과정에서의 위법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의 피해와 명예회복을 위해 재심 등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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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차장 / 곽상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