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정 판결·소송 계류 피해자측 만남
朴 "벌써 해결돼야 할 문제…늦은 감"
계류 피해자 측엔 "판결 확정돼야"
박진 외교부 장관이 28일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들을 만나 그간 한일 양국간 협의 상황을 설명하고 의견을 경청했다.
외교부 측은 이날 '제3자 변제'에 대한 설명과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을 촉구하고 있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일본 정부의 구체적 입장 변화가 없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이에 피해자 측은 정부의 노력을 강조하면서 지난 달 공개토론회와 비교해 진전된 상황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3시께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진행된 설명회에는 박 장관과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 심규선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이사장 등이 정부 측 입장을 20분 가량 설명한 후 피해자 측의 의견을 경청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피해자 측은 미쓰비시중공업·일본제철 소송 원고 측 6명과 소송 계류 중인 피해자 유족 등 40여 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은 1시간 넘게 피해자 측을 만난 후 기자들을 만나 "오늘 모임은 정부가 이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하거나 도외시하지 않고 진정성 있게 해결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제 우리의 높아진 국격에 맞게 정부가 책임지고 과거사로 인한 우리 국민의 아픔을 적극적으로 보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진심으로 나라를 걱정하시는 의견도 많이 나왔다. 모두 겸허한 마음으로 경청했다"며 "진정성 있는 소통을 바탕으로 해서 이 문제에 대한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조속히 마련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발표 시점에 대해선 "시점은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 없다"며 "이 문제가 원심 파기 환송된 이후로 지금 11년 정도가 지났다. 사실 벌써 해결돼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늦은 감이 있다"고 조속한 해결을 강조했다.
인도 G20 외교장관회의 계기 한일 장관간 만남이 무산된 데 대해선 "지난번 뮌헨 (외교장관) 회담에서 저희 입장을 충분히 일본 측에 설명을 했기 때문에 그걸 바탕으로 지금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가족 측 법률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왼쪽)와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에 따르면, 외교부는 "일본의 사과를 어떻게 받을지 논의하고 있다"며 "일본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외교부가 재단을 통해 한국 기업의 재원을 중심으로 채권을 소멸시키는 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소송 계류 중인 피해자 측에 대해선 "사법부 판결이 확정돼야 정부 검토 안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대리인 측은 외교부가 "속도감 있게 (협상을) 진행하겠다"며 "한국 정부가 너무 서두르고 있다는 의견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일부 유족은 정부의 문제 해결 의지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또 다른 유족은 "소극적이다", "한국 정부 안은 구걸하는 것"이라며 비판하는 등 여러 의견이 제기됐다.
특히 "왜 정부가 배상과 사과를 받아내는 것이 아닌 판결을 없애려고 하느냐"는 쓴소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앞으로도 한일 국장급 협의, 고위급 유선 협의 등을 통해 소통을 이어나가겠단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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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뉴스 / 백승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