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잡아야 경기침체 막는다…정부, 인상 자제 전방위 압박

통신·금융에 이어 주류·식품업계까지 압박
'상저하고' 전환 위해 '물가 잡기' 총력전
한은, 지난달 기준금리 동결하며 속도 조절
"정부의 직접 개입, 상반기까지는 필요"
"독과점 견제 넘어 과도한 개입 경계해야"

정부가 공공요금 인상 속도 조절에 이어 주류, 식품 등 서민 먹거리 가격 인상에 대한 대응에 나섰다. 상반기 경기 침체 우려에 전방위적으로 물가 안정을 꾀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민간 자율에 시장을 맡기겠다는 기조를 일관해왔지만 오르는 물가 앞에 직접 개입 외에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1일 정부 관계부처들에 따르면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전날 식품업계와 만나 상반기 가공식품 가격의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국세청이 지난달 말 주류업계에 가격 인상 자제를 촉구하며 실태 조사에 착수한 데 이어 농식품부도 서민 물가 잡기에 나선 것이다.



오르는 통신비와 금융비용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달 27일 통신 3사 및 은행권에 불공정행위가 있었는지 살펴보기 위한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공공요금을 비롯한 에너지 요금, 통신비, 금융비용 등 4대 분야에 대한 경감 대책을 내놓은 후 관계부처별로 이뤄진 후속 조치들이다.

정부는 올해 경기가 '상저하고(上低下高)'로 물가 상방 압력이 높은 상황에서 상반기 고물가를 잡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물가가 안정되지 않으면 금리 인상의 압박이 커져 상반기 경기 둔화 폭이 커질 우려가 있다. 정부는 상반기 물가 안정 후 하반기 경기 부양을 꾀하겠다는 방침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10일 신문방송 편집인협회 초청 행사에서 "당분간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상반기 물가 안정 기조가 확고하면 하반기에는 경기부양 정책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은행은 지난달 23일 연 3.5%인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속도 조절에 나섰지만 금리 인상 기조가 끝났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못 박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월부터 4%대로 낮아지고 올해 말에는 3%대 초반으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가파른 금리 인상이 물가상승률 둔화로 이어지고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2021년 8월 이후 올해 1월까지 기준금리를 3.0%포인트(p) 인상했는데, 한은 계량모형 분석에 의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 효과는 지난해 -0.4%p에서 올해는 -1.3%p로 커질 것으로 추정한다.

전문가는 일부 품목들에 대한 정부의 직접 개입이 물가 안정에 얼마나 기여할지는 미지수나, 물가 상황이 비정상적인 상반기까지는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봤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품목별로 가격을 통제하는 정부의 개입이 물가 안정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다만 정부가 노력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의도다. 시장에 무리가 됨에도 신호를 주고 있다"며 "물가 상황이 비정상적인 올해 상반기에는 이런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하반기에 경기가 풀리고 물가가 안정되면 개입을 멈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과점적인 성격이 있는 통신과 은행 등에 대한 정부의 견제와 감독은 필요하나 과도한 통제가 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독과점 산업의 경우 물가 상승기에는 마켓파워를 이용해 가격을 과도하게 올릴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이를 적정하게 조정하도록 유도하는 수준에서 도덕적 설득도 할 수 있고, 규제나 감독 등을 활용해서 불공정 행위가 발생하지 않는지를 점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반적인 정부의 기능을 활용하는 것 외에 가격을 인위적으로 과도하게 통제할 경우에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 식품과 주류업계에 대한 과도한 개입은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은행이나 통신과 같이 독과점적인 성격이 있는 부분하고 일반적인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부분을 같이 보기는 어렵다. 가령 은행은 대중으로부터 예금을 수취하는 기능에 대한 독점력을 정부가 부여해 주고 있기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다만 주류업계와 식품업계에 대해 가격 동결을 요청하는 것은 타당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아직 정부의 전망대로 안정세를 예측하기에는 위험 요인이 상존해있다고 봤다.

하 교수는 "우리나라의 물가는 세계 경제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환율 등 리스크 요인이 많이 있어 정부의 예측대로 3%대 물가 안정이 될 거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정부가 유동성을 회수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으나 국제 에너지 가격 등 불확실성으로 인한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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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조봉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