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국가·지자체가 적십자사에 개인정보 제공…합헌"

세금과 유사한 형태의 적십자사 지로통지서
헌재 "국가가 주소·이름 제공하는 것은 합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대한적십자사에게 세대주의 이름과 주소를 제공해 적십자사가 지로통지서를 발송할 수 있도록 한 적십자법이 합헌이라는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A씨 등이 대한적십자사 조직법(적십자법) 제8조 등에 대해 낸 위헌확인 소송에서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3일 밝혔다.

적십자법 제8조는 적십자사가 국가와 지자체에게 적십자사 운영과 회원모집 및 회비모금, 이에 따른 기부금 영수증 발급을 위하여 필요한 자료의 제공을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적십사자가 요청할 수 있는 '필요한 정보'의 구체적인 내용은 시행령으로 정한다. 국가와 지자체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적십자법 시행령은 적십자사가 요청할 수 있는 정보로 세대주의 이름 및 주소 등을 제시하고 있다.

A씨 등은 적십자사가 세금 통지서와 유사한 형태의 지로통지서를 발송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적십자법이 시행령으로 적십자사가 요청할 수 있는 정보를 정하는 것도 법률로 정해야할 것을 시행령에 위임한 것(포괄위이금지원칙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적십자법이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국가와 지자체가 자료를 적십자사에 제공하도록 한 것'은 법률을 명확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원칙(명확성 원칙) 위반이라고 했고, 너무 많은 정보가 제공(과잉금지원칙 위배)된다고도 주장했다.

헌재는 적십자사가 지로통지서를 발송한 행위 자체는 헌법소송의 대상이 아니라고 보고 각하했다. 적십자사가 요청할 수 있는 정보를 시행령으로 정하게 한 것 역시 필요한 조치라고 인정했다.

'특별한 사유'라는 표현이 불명확하다는 주장은 "명확성원칙에 반하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들지만, 규율 범위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다"고 배척했다.

헌재는 적십자사가 국가와 지자체로부터 세대주의 동의 없이도 이름과 주소 등의 정보를 제공받도록 한 적십자법과 시행령에 대해서는 "전시 또는 평시 인도적 활동에 대한 보조적 역할을 수행하고, 남북교류사업이나 혈액사업 등 다른 공익법인들이 수행하지 못하는 특수한 사업들을 수행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입법목적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자료제공의 목적은 적십자회비 모금을 위한 것으로 한정되고, 제공되는 정보의 범위는 세대주의 이름과 주소로 한정된다. 주소는 지로통지서 발송을 위한 필수 정보이고, 이름은 사회생활 영역에서 노출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정보"라고 설명했다.

이선애·문형배 재판관은 반대의견에서 "회비모금의 목적으로 세대주의 성명까지 적십자사에 제공하도록 한 것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으로서 침해의 최소성을 충족하지 못하였으며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지 못했다"고 밝혔다.

적십자사가 지로통지서를 발송하는 근거인 적십자법과 시행령에 대해 헌재가 판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적십자사는 전국의 세대주에게 지로통지서를 발송했지만, 올해부터는 최근 5년간 모금에 참여한 이력이 있는 세대주에게만 발송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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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