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친윤·대통령실 견제…보수당서 '생존 위협'
千, 인지도 확보…'이준석 아바타' 이미지 남아
황교안, 지지층 잃고 정계복귀 더 힘들어질듯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김기현 당대표의 1차 과반 승리로 마무리되면서 탈락한 안철수·천하람·황교안 후보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세 후보 모두 결선투표를 갈망했지만, 김 대표의 세 결집에 불가항력이었다는 지적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장까지 지낸 안철수 의원은 정치적 타격을 입어 향후 정치 행보가 불투명해졌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후보 단일화로 국민의힘에 입당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갈지자(之) 행보를 이어가며 자승자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친윤계와 대통령실로부터 거센 견제를 받으면서도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관측이다. 그러다 돌연 '대통령실 개입 의혹'에 법적 조치를 이어가는 강경 대응으로 친윤과 대통령실과의 동행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이에 안 의원이 탈당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를 노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3위를 기록한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이준석 전 대표의 지원사격으로 정치 신인에서 급이 높아졌지만, 향후 '이준석 아바타' 이미지 벗기가 과제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는 김기현 후보 때리기에 올인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해 정계 복귀가 힘들어졌다는 평가다.
◆안철수, 갈지자 행보에 자승자박…친윤 동행 어려워 독자 세력화 전망도
8일 종합 결과 안 의원은 지난 4일부터 나흘간 진행된 전당대회 선거에서 23.37%의 득표율을 얻어 2위를 기록했음에도 김 대표의 과반 득표율을 방어하지 못해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안 의원은 시스템 공천, 정책 정당 변모 등 당 개혁을 이끌며 내년 총선 압승을 이뤄내겠다고 공약했다. 본인은 부정했지만, 당대표로 이룬 성과를 토대로 차기 대권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런 계획이 당대표 선거 패배로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안 의원은 경쟁자였던 김 대표에게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 의중)이 실리면서 전당대회 기간 내내 불리한 싸움을 해 왔다. 특히 정체성 논란과 '윤안(윤석열-안철수) 연대' 불쾌감 표출 등 친윤계와 대통령실 공세에 내내 시달렸다.
안 의원은 특히 국민의힘에 완벽하게 뿌리 내리지 못했다는 평가로 보수정당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일단 안 의원은 합당 조건이었던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 임명, 국민의당 채무 등을 두고 당 지도부와 갈등을 빚었다. 또 이준석 지도부 붕괴 당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 반대하면서 당 주류와 다른 행보를 보였다.
또 이태원 사태 당시 윤희근 경찰청장의 해임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등 당론과 괴리된 주장을 펼쳐 '겉돈다'는 비판을 받기까지 했다.
결국 당에서도 인정받지 못하면서 대권 도전은커녕 내년 총선 공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안 의원 지역구 성남 분당갑은 다른 후보를 내세우기 쉬운 지역인 데다 직전 지역구 의원이었던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의 출마설도 솔솔 나오고 있다.
이에 물러설 곳 없는 안 의원은 '대통령실 전당대회 개입' 의혹을 빌미로 독자 정치 세력화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지난 7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하는 초강수를 둔 데다 황교안 후보와 공동 전선을 구축하며 추가 의혹 폭로를 예고한 바 있다.
이런 이유에서 안 의원의 탈당·분당을 배제할 수 없다. 안 후보 탈당·분당으로 대선 후보 단일화와 합당 과정에서 내세웠던 '공동 정부' 구상이 더욱 퇴색되면서 정부여당이 분열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안 의원으로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외교안보, 경제 분야에서 실정을 이어가고 있고 이재명 대표가 사법리스크로 내분에 휩싸여 있는 만큼 제 3당을 통해 내년 총선에서 상당한 성과를 올릴 수 있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이처럼 안 의원이 강력하게 대여(對與) 투쟁에 나설 경우 새 지도부는 출범부터 내홍을 겪게 된다. 한 여권 관계자는 "본인이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에 불리한 상황임을 직감하고 불복하기 위한 명분을 쌓는 것 아니겠나"라며 "당대표가 안 됐으니 다같이 죽자는 것이다. 자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 일각에선 안 의원이 '윤석열 정부 성공'을 앞세웠던 만큼 전당대회 결과에 승복하고 차기 당권을 기약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약한 당내 기반이 증명된 상황에서 총선을 앞두고 탈당 행렬에 따를 이들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千, 인지도 확보했지만 홀로서기 과제…黃, 정계 복귀 난항
최종 득표율 14.98%로 3위를 기록한 '정치 신인'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이준석 전 대표의 지원사격으로 가장 늦게 전당대회판에 뛰어들었다는 한계를 극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대표 후보들 중 가장 늦은 지난달 3일 출마를 선언한 천 위원장은 같은 달 10일 예비경선(컷오프)을 통과할지가 큰 관심사였다.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방송 패널로 얼굴을 알렸지만, 중앙 정치와는 동떨어져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천 위원장은 이 전 대표의 지원사격을 받으며 김용태·허은아 최고위원 후보, 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와 함께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척결을 강조했다. 그 덕분에 비윤계 지지층 표를 흡수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 전 대표가 선출됐던 2021년 전당대회와 마찬가지로 천 위원장의 젊음과 '개혁 보수' 성향이 지지세 확보의 동력이 된 것으로 보인다. 천 위원장은 일부 당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후보를 넘어서는 '실버 크로스'를 보이기도 했다.
이번에 인지도와 지지층을 대거 확보하면서 체급을 높인 천 위원장은 내년 총선에서 공천받아 순천갑에서 당선될 경우 보수정당의 불모지인 호남에서 원내에 진입하는 꿈을 이룰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천 위원장에게 각인된 '이준석 아바타' 이미지가 향후 정치 행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극복하는 것이 천 위원장의 향후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친윤계 일색 지도부가 들어서면서 천 위원장을 비롯한 개혁 보수 세력이 당내에서 설 자리가 줄어들게 된다. '친이준석계' 이미지 때문에 오히려 친윤계가 주도하는 공천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전 대표가 성 접대 의혹 관련 무고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정치적 불능 상태에 빠질 경우 설 자리가 더욱 줄어들 수 있다.
이 때문에 천 위원장이 이 전 대표로부터 홀로서기를 해야 현재 한정된 지지층 범위를 더 넓힐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는 이른바 '천아용인' 후보들의 공통 과제라는 지적이다.
반면, 4위를 기록한 황 전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0년 총선 패배의 책임을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김기현 네거티브에만 올인해 보수 지지층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황 전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윤심이 실린 김 대표를 연일 때리며 연대 가능성을 스스로 무너뜨렸다고 평가된다. 여기에 막판에는 '당 정체성'을 의심했던 안 의원과 공동 전선을 구축하며 김 대표를 더욱 몰아세웠다.
결국 지지 성향과 무관하게 '윤석열 정부 성공' 염원을 가진 당원들이 지지를 철회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황 전 대표는 내년 총선 공천마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평이다.
아울러 보수단체를 이끄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의 소송전도 '지지층 탈출'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황 전 대표는 앞서 한 행사장에서 '누군가가 황 전 대표에게 공천받으려고 50억원을 줬다'고 말한 전 목사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지난 2일 경찰에 고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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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 한지실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