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개선, 한미일 안보 협력 깊이 넓이 커질 것"
尹, 지소미아·수출규제 등 해결 후 美 바이든과 회담
셔틀외교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으로 중단된 전례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첫 일본 방문은 그간 경색됐던 한일 관계의 회복과 더불어 한미일 3국 간 포괄적 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첫 걸음이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는 한국 정부의 결단으로 일단락됐으나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교과서 검정 발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난제들이 많아 신 한일 관계 구축 과정에 험로가 예상된다.
15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16~17일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다. 정부가 대법원에서 승소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해 국내 기업의 돈으로 제3자 대위변제하는 '해법'을 지난 6일 발표한지 열흘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지는 방일이다.
윤 대통령의 방일은 지난 2011년 12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끝으로 12년간 중단된 셔틀외교의 복원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나아가 일본 전범 기업 한국 자산 현금화 추진으로 촉발된 일본의 반도체 소재 한국 수출규제 및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 한국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맞대응 등 일련의 갈등을 풀 계기로 평가된다. 윤 대통령은 해외 5개 통신사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방일은 그 자체로서 한일 양국 관계의 중요한 진전"이라고 자평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윤 대통령이 한일 관계 회복을 서두르는 것은 양국 간 협력하는 것이 상호 공동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인식에서다. 여기에 더해 국제질서 재편 과정에서 안보뿐만 아니라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미일 3국 간 협력의 중요성이 더욱 커져 과거사 문제로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는 게 윤 대통령의 판단이다.
윤 대통령은 방일 첫날 오후 기시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결과를 회담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공동선언은 나오지 않을 예정이어서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렵다. 다만 일본의 수출규제 및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와 한국의 WTO 제소 등 갈등이 증폭되는 과정에서 생겼던 문제 해결의 윤곽은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일 안보 협력과도 연결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안정적 법적 지위를 향후 회복하는 데도 양 정상은 합의할 거라는 전망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북한 핵 문제에 대해 한미일 안보 협력의 틀 속에서 지금까지 대처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대처할 계획"이라며 "특히 한일관계 개선을 계기로 한미일 안보 협력이 보다 강화될 것이고, 한미일 안보 협력의 깊이와 넓이가 더 커지지 않겠나 기대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반도체와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한미일 협력을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이 한미일 간 포괄적 협력을 위한 징검다리인 셈이다.
윤 대통령은 다음달 하순 미국을 국빈방문한다. 기시다 총리와의 회담 성과를 토대로 바이든 대통령과 포괄적 협력 체제 구축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게 될 전망이다. 그리고 5월에는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옵서버로 초청돼 한미일 3국 간 주요 협력 방안을 모색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한일 양국 간 주요 현안들은 여전히 양국 관계 개선의 난제로 꼽힌다. 일본은 독도 영유권 왜곡 주장을 더욱 노골화하고 있다. 과거사 문제에 있어서도 인식 차이는 여전하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정부가 제3자 대위변제안을 발표한 이후인 지난 9일 중의원에 출석해 '강제동원은 없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일본 문부과학성의 교과서 검정 결과 발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등 이슈도 불거질 예정이다.
한일 관계는 회복 국면에서도 독도 영유권 문제나 과거사 문제가 수면위로 오르면 곧바로 경색되는 경향을 보여왔다. 지난 2004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 때 시작됐던 셔틀외교는 이듬해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중단됐다. 2008년부터 2011년 12월까지 셔틀외교가 이어졌던 한일 관계는 이듬해 이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한순간에 얼어붙었다.
국내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은 점도 정부로서는 부담이다. 뉴시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1~13일 3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55.9%가 제3자 변제 방식이 '굴욕 외교'라고 답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반면 '미래를 위한 결단'이라는 답변은 39.7%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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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 한지실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