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광화문 앞 전차 철로, 57년 만에 공개

일제, 월대 훼손 후 철로 깔아 운행
16일부터 사흘 간 270명에게 공개

땅속에 묻혀있던 일제강점기 광화문 앞 전차 철로가 일반에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시와 문화재청은 16일부터 광화문 월대와 주변부 발굴조사 현장 시민 공개를 시작했다. 월대는 궁중의 각종 의식 등에 이용되는 넓은 단을 뜻한다.



두 기관은 지난해 10월부터 매장문화재 보호를 위한 발굴조사 진행과 광화문 역사광장 조성사업을 위한 월대 복원 및 주변부 정비를 병행 중이다. 경복궁 광화문 전면부 6107㎡ 중 문화재청이 광화문 월대부(1620㎡)를, 서울시가 월대 주변부(4487㎡)를 맡았다.

이 과정에서 57년 간 보이지 않았던 전차 철로와 일제 강점기 때 사용하던 수도관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1917년부터 1966년까지 존재한 전차 철로는 광화문 월대의 동·서편에서 와이(Y)자형으로 만나 세종로 방향으로 연결된다. 눈으로 확인한 전차 철로는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듯 군데군데 녹이 슨 상태였다.

전차 철로 아래 70㎝ 깊이에서 발굴된 광화문 서편 삼군부와 의정부 외행랑터 추정 건물지도 공개됐다. 행랑은 숙소나 휴식 공간, 창고 등으로 사용됐던 방들이다. 외행랑 관련 유구는 잡석 줄기초와 방형의 적심 시설(대형 건물의 하중을 지지하기 위한 다짐돌)로 총 21기이다.

철로 아래의 행랑 기초시설이 드러난 것은 일제가 월대와 삼군부 등의 주요시설물을 훼손하고 그 위에 철로를 깔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역사적 증거다.


문화재청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 양숙자 연구관은 "이곳은 육조대로와 조선총독부가 위치한 곳으로 근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기에 광화문 월대와 의정부, 삼군부 일부를 훼손하고 만든 것"이라며 "경복궁을 온전한 모습으로 복원하고, 일제에 의해 훼손된 정기를 살린다는 의미가 있다"며 발굴조사의 의의를 설명했다.

시민 공개는 18일까지 3일 간 이뤄진다. 하루 3회, 회당 30명 규모로 총 270명에게 공개된다. 반응은 무척 뜨겁다. 한 관계자는 "선착순 모집이 5분도 안 돼 마감됐다"고 소개했다.

시와 문화재청은 이르면 올해 월대 발굴조사를 완료한 뒤 이를 복원해 다시 시민들에게 선보일 계획이다. 이에 앞선 4월에는 광화문과 주변 역사 문화재에 대한 설명과 문헌자료, 발굴 유구의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 등을 영상으로 공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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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 임정기 서울본부장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