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기 위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정상화하기로 했다. 한일 양국이 북한 무력 도발에 대한 정보 교류를 통해 공동 대응하겠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이다. 이에 따라 수년간 사실상 중단됐던 한일 군사협력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치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정상회담에서 지소미아 완전 정상화를 선언했다"며 "북핵 미사일의 발사와 항적에 대한 정보를 양국이 공유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한반도와 동북아, 그리고 세계 평화를 위협한다는 데 공감하며 날로 고도화되고 있는 북핵,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한일 공조가 매우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윤 대통령은 이에 대한 한일 군사 공조 방안으로 지소미아 정상화를 언급했다.
한일 지소미아는 양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정보 등을 공유하기 위해 2016년 11월 체결한 군사협정으로 현재 가동되고 있지만 정상은 아니다.
2018년 10월 우리 대법원이 강제징용 배상 확정판결 내리자 일본은 이를 문제 삼아 2019년 7월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부품에 대한 대(對)한국 수출규제 조치를 단행했고, 우리 정부는 이에 맞서 지소미아 종료를 통보했다. 이후 정부는 같은 해 11월 미국의 요구 등을 감안해 '수출규제 관련 협의'를 조건으로 한일 지소미아 종료를 유예하기로 했다.
지소미아를 통해 양국이 군사정보를 주고받고는 있지만 협정의 법적 지위는 불안한 셈이다. 한일 군사당국은 북한 관련 정보를 사후 공유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소미아 정상화 선언은 우리가 종료 통보를 했던 것을 철회하겠다는 것으로 국방부가 외교부를 통해 서신을 일본 측에 보내야 한다"며 "엄중한 상황 속에서 안보 정보 공유라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자산일 수밖에 없다. 그것을 효과적으로 가동하기 위한 조치"라고 의미를 부했다.
지소미아 정상화는 북한의 핵 위협이 나날이 고도화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북한은 한일 정상회담 당일인 이날 아침에도 동해상으로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며 무력시위를 이어갔다. 이 미사일은 고각으로 발사되어 약 1000㎞ 비행 후 동해상에 탄착했다. 고각 발사한 탄도미사일의 실제 비행거리는 최고 고도의 2~3배가량이다. 이번 북한 미사일 최고 고도가 6000㎞인 것을 고려하면 실제 비행거리는 미국 본토 전역을 아우르는 1만5000㎞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 미사일을 탐지·추적하는 레이더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방안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한일 양국이 미 인도·태평양 사령부를 거쳐 레이더 정보를 서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한국군과 주한미군, 일본 자위대와 주일미군은 이미 각각의 시스템이 연결돼 있어 미사일 정보를 즉시 공유하고 있는 상태다.
이 조치가 실현되면 북한 미사일의 데이터를 보다 빨리 파악할 수 있게 돼 미사일 방어 능력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도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의 실시간 공유' 필요성이 언급된 바 있다. 당시 공동성명에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및 도발 위협과 관련해 "3국 정상은 미사일로 야기될 위협에 대한 각국의 탐지·평가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자 한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한미일 3자가 실시간으로 미사일 경보 정보를 공유하게 되면 북한이 발사하는 미사일의 예상 발사지점, 비행 방향, 탄착지점 등에 대해 보다 정확한 정보를 조기에 획득함으로써 우리의 대응 태세가 향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군 관계자는 "한미일 안보협력의 맥락 속에서 한일 간 다양한 논의들이 안보 차원에서 활발하게 논의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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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김두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