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담화 계승만…사과 언급 없어
日초당파,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꺼내
교도통신 "회담서 위안부, 독도 언급"
대통령실 "논의 없었다" 선 긋기 나서
윤석열 대통령이 일제 강제징용 관련 '제3변제' 해법을 내놓으며 한일 양국 관계 정상화 물꼬가 트이는 모양새다. 하지만 일본 측의 호응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 기간 동안 일본 각계에서 현안 관련 결단을 요구하고 있어 관계 개선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만나 '제3자 변제' 방식의 강제징용 해법과 관련해 "구상권 행사는 상정하지 않는다"며 매듭 짓기에 나섰다.
반면 기시다 총리는 같은 기자회견에서 김대중-오부치 선언 담화'에 담긴 "통절한 사죄", "진심어린 사과" 등을 따로 언급하지 않고 "발전적 계승"만 언급했다. '성의 있는 호응'을 묻는 한국 기자의 질문에도 "오늘도 구체적 성과가 있었다"며 원론적 답변을 내놔 아쉬움을 남겼다.
양국 경제계가 조성하기로 한 '한일 미래 파트너십 기금'이나 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대한 일본 피고기업의 참여 여부도 불확실한 상태다.
이외에도 일본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위안부 합의와 독도 영유권 문제 등을 언급하며 우리 정부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일본 언론이 전했다.
일본의 초당파 의원 모임인 일한의원연맹은 17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와 관련해 이해를 구했다고 NHK가 전했다.
일본 정부는 오는 여름께 오염수를 희석해 후쿠시마 앞바다에 방류한다는 방침이지만, 국내에선 정화 과정을 거친다고 해도 여전히 방사성 물질인 트리튬이 남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에 위안부 합의 이행을 재차 요청하고, 독도 문제에 대해선 "제반 현안에 대해 확실히 대처하고 싶다"며 에둘러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이와 관련해 "논의는 없었다"며 선을 그은 상태다.
외교부는 위안부 합의는 여전히 유효하며, 희생자들의 존엄성을 존중한다는 합의 정신에 기초해 이를 이행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일본의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 초계기 갈등 등 현안이 산적해 있다.
외교가에선 모처럼 양국 정상간 셔틀외교가 복구되고, 윤 대통령이 관계 개선을 강조한 만큼 일본이 당면한 현안을 속도감 있게 해결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이 아니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강제징용 해법이 국내에서 큰 호응을 얻지 못하는 데다 일본이 요구하는 민감한 이슈를 대처해야 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리스크'가 생겼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외교부 관계자는 "미루던 숙제를 푸는 것"이라며 "셔틀외교가 재개된 만큼 앞으로 여러 채널을 통해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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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