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사퇴론…비명 "총선 필패론" vs 친명 "대안 부재론"

비명 "李 체제, 방탄 논란에 중도층 소구력 없어"
친명 "지지층이 투표장에 나오려면 이재명 밖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퇴 여부를 두고 비이재명(비명)계와 친이재명(친명)계가 충돌하고 있다. 비명계는 "이 대표의 방탄 논란이 모든 이슈를 흡수하고 있고 중도층 확장이 어렵다"는 '총선 필패론'을 주장하는 반면 친명계는 "이 대표가 아니면 지지층 결집을 꾀하기 어렵다"는 '대안부재론'으로 반박하고 있다.



대표적 비명계인 조응천 의원은 지난 14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지금까지 선배 대표들은 당이 누란의 위기에 처했을 때 선당후사하는 정치로 다 자신을 먼저 버렸다"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결단을 촉구했다.

조 의원은 "우리 당이 방탄정당화 되는 것은 막아야 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이 대표가 공개재판을 하면 유동규, 김성태 등과 어깃장을 놓는 모습이 기사로 나갈 것"이라며 "이런 것이 민주당 지지율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은 명약관화하고 민주당 전체의 피의자화, 범죄집단화에 일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상민 의원도 공개적으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당 전체에 검은 먹구름을 끼치고 있는데 이것을 벗어나기 위해서 이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며 "이 대표가 당대표를 벗어나는 것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당과 분리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법"이라고 했다.

비명계의 한 수도권 의원은 "결국 선거는 중도층을 얼마나 흡수하느냐에 따라 선거가 갈린다. 국민은 우리 편과 상대 편은 30% 밖에 없고 중도층이 40%기 때문"이라며 "이 대표 체제가 중도층에게 소구력이 있겠냐"고 반문했다.

당내 갈등 해결을 위해 당직 개편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것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당직 개편이 얘기가 나오는데 친명계 일색 지도부를 탈피하기 위해 일단은 적절하다고 본다"면서도 "당직을 개편한다고 해서 방탄 논란이 사라지겠냐. 근본 원인이 제거되지 않는 한 문제는 계속될 것"이라며 이 대표의 사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비명계 의원들도 대부분 당장이 사퇴 시기가 될 수는 없다는 분위기다. 한 비명계 의원은 "당장 이 대표가 물러난다고 하면 지지자들의 상당한 반발이 있을 것"이라며 "이 대표도 정치적 감각이 있는 분이고 당권이 아닌 대권을 노리는 분인데 적절한 시점에 사퇴라는 승부수를 통해 총선 승리를 도모하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같은 사퇴론에 친명계는 지지층 결집을 위해서는 이 대표 체제가 최선이라는 입장이다.

한 친명계 의원은 "지난 대선 이후 우리 당의 당원만 40만명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 모두 이 대표에 대한 기대치를 반영한 것"이라며 "총선 때 지지층이 투표장에 나와야 이길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결국 이 대표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사퇴하더라도 이 대표의 수사 상황과 당의 분리는 불가능하며 검찰 수사가 당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겠냐는 우려도 있다.

김남국 의원은 지난 13일 "민주당이 이 대표를 버린다면 이 대표가 바로 직전 대표이고 대선주자였는데 분리가 가능하겠냐. 이 대표가 내려오면 '민주당도 이재명을 버렸다'며 언론의 비판과 검찰 수사가 세질 것"이라며 이 대표의 '질서있는 퇴진론'에 선을 그었다.

박성준 의원은 지난 1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민주당을 향한 윤석열 정권의 상당한 공격이 들어올 것이고 제1저지선으로 이 대표가 맞서야 이것을 넘어갈 수 있다고 당심이 선택한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가 의원총회에서 "총선 승리를 위해 어떤 일도 할 수 있다"고 발언한 데 대한 해석도 갈렸다.

비명계 재선 의원은 "사퇴의 복선을 깔아둔 것으로 본다"며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반면 친명계 초선 의원은 "당대표라는 자리가 모든 책임을 지는 자리이고 총선에 이 대표의 정치 생명이 달려있다고 하지 않았냐. 총선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으로 확대해석을 경계해야 한다"며 "이 대표의 퇴진을 거론하는 사람은 지지율이 떨어질 것이라 예측하는 건데 당이 망하기를 바라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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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이병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