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던 여성에게 '제 얼굴에 침 뱉어달라' 요구한 육군 병사, 벌금 15만원형

'반복성' 인정되지 않아 스토킹처벌법 적용 어려워

길을 걸어가던 여성에게 '침 좀 뱉어주세요'라며 성희롱 발언을 한 육군 병사가 벌금 15만원의 형을 받았다.

21일 국방부 제4지역군사법원은 지난달 28일 부산 소재 육군부대 A병사에게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벌금 15만원을 선고했다.



A병사는 지난해 10월 부산에 있는 모 아파트에서 전화통화 중이던 피해 여성 B씨(27)에게 다가가 '여기서 담배 피우시냐, 흡연할 때 침 뱉으시냐'고 물었다.

이어 '혹시 저한테 침 좀 뱉어주시면 안 돼요, 곤란하시면 담배 다 피시고 담배꽁초를 나한테 줄 수 없냐'고 말하며 성희롱적인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피해자가 그 자리를 떠나 아파트 앞에 있는 횡단보도 쪽으로 피했음에도 계속해서 약 20m 거리를 뒤따라가 피해자에게 불안감을 조성했다.

일주일 후에도 그는 해당 아파트 놀이터 근처에서 걸어가던 여성 C씨(23)에게 다가가 길을 막으며 본인 휴대전화 메모장 화면을 통해 '제가 담배가 너무 피고 싶은데, 저한테 가래침을 뱉어 달라'고 작성한 내용을 보여줬다. 이어 C씨 앞에서 무릎을 꿇고 "제발 얼굴에 침 좀 뱉어 주세요"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C씨가 그 자리를 피해 아파트 입구 쪽으로 이동했음에도 그는 계속해 약 5m 거리를 뒤따라 가며 "진짜 안돼요"라고 말하며 불안감을 조성했다.

제4지역군사법원 재판부는 A병사에게 벌금 15만원을 선고했다. 만약 해당 병사가 벌금을 납입하지 않는 경우 10만원을 1일로 환산해 노역장에 유치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개인의 성적 만족을 위해 피해자들에게 침을 뱉어달라고 말하면서 피해자들의 길을 막고, 피해자들을 따라가 불안감을 준 점은 불리한 정상"이라고 밝혔다.

다만 "피고인이 범죄사실을 인정하고 있는 점, 피고인에게 소년보호처분 외 다른 처벌전력이 없는 점 등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 범행 수단과 결과, 범행 전후의 정황, 기타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여러 가지 양형 조건들을 참작해 형을 정한다"고 덧붙였다.

성희롱은 성에 관계된 말과 행동으로 상대방에게 불쾌감, 굴욕감 등을 주거나, 고용상에서 불이익을 주는 등의 피해를 입히는 행위를 통칭한다. 성희롱의 경우 피해 사실에 따라 다양한 법으로 처벌이 가능하지만, A병사의 사건의 경우 '반복성'이 인정되지 않아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판결하게 됐다.

홍민수 JY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현행법상 반복적인 행위가 없으면 일반 형법이나 스토킹처벌법으로 처벌하기 어렵다"며 "스토킹 범죄가 성립하려면 '반복성'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홍 변호사는 "이 사건의 가해자는 피해자들이 느꼈을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고려해 경범죄처벌법상의 불안감조성행위로 기소됐다. 경범죄로 규정됐기 때문에 해당 행위를 처벌하는 최대 한도는 벌금 10만원에 불과하다. 피해자 1명당 하나의 사건으로 총 15만원을 선고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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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