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리 위에서 떨어지며 머리 부딪혀 사망
檢,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관리자 재판 넘겨
1심 "'지시' 증거 없고 스스로 일했을 가능성"
공사장에서 추락위험 방지 조치를 하지 않아 작업 중 사망사고를 야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관리자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관리자가 작업을 지시한 증거가 없고 근로자가 스스로 작업을 하던 중 사고를 당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 무죄 판단 근거의 골자다.
22일 법원에 따르면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채희인 판사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A(64)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20년 10월께 서울 강남구의 한 건물 지하에서 근로자 B씨가 숨진 사건과 관련, 추락 방지 조치를 하지 않은 채 작업을 진행하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당초 하도급 업체와의 용역계약에 따라 시설물 설치 작업을 진행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관리소장은 '용역 계약상의 업무 범위를 벗어난다'며 거절하자 직원 B씨에게 작업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고 사다리 위에서 높이 약 2.5m가량의 천장 전선 정리 작업을 했는데, 이 과정에서 사다리에서 추락했고 머리를 바닥에 부딪혀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씨가 작업 도구로서 적합하지 않은 나무 재질의 사다리를 이용했고, B씨가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을 진행하게 한 업무상 과실이 있다며 그를 기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가 B씨에게 시설물 설치 작업 중 전선 정리 작업을 지시한 사실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채 판사는 "피고인(A씨)이 사고 전날 업체 측에 시설물 설치 작업을 도와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있다는 것은, 피해자(B씨)가 그 다음 날 오전 무렵에도 피고인의 지시를 받아 시설물 설치 작업 중 일부를 수행한 것은 아닌가라는 의심을 불러일으키기는 한다"고 했다.
그러나 "피해자의 지휘·감독자인 관리소장은 명시적으로 피해자에게 본인의 허락 없이 피고인의 요청을 받아 시설물 설치 작업을 도와주지 말 것을 지시했다"며 "그럼에도 피해자가 상급자의 지시를 어기고 피고인의 요청을 받아 작업을 수행했다는 것은 경험칙상 쉽사리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A씨가 B씨 유족들에게 '피해자에게 작업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이 있다고 기재돼있지만 관리소장으로부터 들은 내용에 기초해 작성된 것으로 보일 뿐"이라며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작업을 지시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언급했다.
또 "피해자가 사망 당시 수행하던 작업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전혀 없다"며 "전선 정리 작업을 수행하고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관리소장의 수사기관 진술 및 유족, 동료들이 말한 피해자의 성품, 사고 당시 상황 등에 비춰보면 피해자는 '누구의 지시도 없이' 스스로 작업을 하던 중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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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