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손절' 나선 국힘 "그 사람 당원도 아니다"

국민의힘 안팎에서 '강성 보수' 성향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관계를 단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지도부의 잇단 실언과 정책혼선에 당 지지율이 하락해 내년 총선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어서다. 여당의 위기에 리더십 위기를 맞은 지도부가 주요 원인 중의 하나인 전 목사 손절매에 나선 것이다.



전광훈 목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태극기 집회 등을 열며 세를 불린 강성 보수층 이른바 '아스팔트 보수'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전 목사는 아스팔트 보수층에 국민의힘 당원 가입도 독려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3월8일 전당대회에서 1위로 당선된 김재원 최고위원이 전 목사의 정치적 영향력에 대해 우호적 발언을 두 차례 하면서 국민의힘과 전 목사의 관계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홍준표 대구시장 등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차기 총선을 위해 김 최고위원 징계와 전 목사와 관계 단절을 공개 요구하고 있다. 전 목사를 차기 총선 성패를 좌우할 수도권과 중도층 공략의 악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홍 시장은 전 목사를 비판하면서 전 목사를 숭배하는 자는 국민의힘을 떠나라고 촉구한 바 있다. 그는 책임당원 전수조사를 거쳐 이중 당적자를 퇴출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앞서 "정당이 일개 외부 목회자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것은 도저히 있을수 없는 일이고 이를 단절하지 않으면 그 정당은 국민들로부터 버림 받는다"며 "아울러 그 목회자를 숭배하는 사람들은 우리당을 떠나서 그 교회로 가거라"라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은 10일 페이스북에 "막말과 궤변을 늘어 놓는 전광훈과 확실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며 "전광훈의 횡포에 민주당은 벌써부터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우리당 주변에 전광훈의 그림자도 기웃거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 의원은 앞서 국민의힘 당원 가입서 추천자란에 전광훈 목사를 쓴 당원들을 출당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전 목사를 추천인으로 쓴 당원 상당수가 전 목사가 주도한 자유통일당 당적을 중복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용태 전 최고위원은 10일 페이스북에 "도대체 전 목사가 집권여당에 얼마의 채권이 있길래 저렇게 오만방자하게 떠드는 것인가"라며 "우리가 자성해야만 '개딸'과 김어준씨에게 휘둘리는 더불어민주당을 제대로 비판할 수 있다"고 적었다.

천하람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당협위원장도 같은날 KBS 라디오에서 "전 목사의 얘기가 그냥 우스워지도록, 이 사람 얘기는 국민의힘의 방향성과 아무 상관이 없구나 하고 그냥 우리 갈 길을 가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스팔트 보수'의 지지를 받고 있는 황교안 전 대표도 언론 인터뷰에서 전 목사가 지난 2019년 공천 과정에서 "과도한 요구를 했다"며 "당에서 축출해야 한다.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폐해고 더 많은 사람이 떠나는 계기가 될 수 있고 단절해야 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전 목사는 국민의힘 안팎의 관계 단절 요구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는 10일 자신의 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국운이 달린 절체절명의 시기에 우파 대표주자 국민의힘에서 고작 민주당이 불러일으킨 바람에 흔들려 광화문 세력과 한국 교회를 폄훼하는 일이 더 이상은 없어야 한다"고 국민의힘 지도부에 경고했다.

그는 "정치인은 권력을 가지므로 반드시 종교인의 감시가 필요하다. 종교인의 감시가 없으면 자기 통제가 불가하다. 전 목사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어 "다음 돌아오는 총선에서 200석 서포트하는 게 한국 교회의 목표"라고 했다.

다만 국민의힘 지도부는 당 안팎의 관계 단절 요구에도 전 목사가 국민의힘 당원이 아니고 원외정당인 자유통일당을 사실상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진 점을 들어 거리를 두고 있다.

이철규 사무총장은 10일 선거제도 개편 전원위원회 본회의 중 기자들과 만나 "그 분하고 우리 당하고 아무 관계가 없지 않나"라며 "그 분이 다른 당의 대표신데, 왜 그 분 발언을 가지고 우리 당에 자꾸 연결해 저희가 평가할 부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도급 인사들은 아예 관련 발언 자체를 하지 않았다. 김기현 대표는 "그 사람 우리 당원도 아닌데, 나중에 얘기하겠다"라고, 윤재옥 원내대표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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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임정기 서울본부장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