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보다 장사 접고 달려와"…강릉 몰려온 작은 영웅들

서울에서, 충남에서…"작은 일이지만 위로 됐으면"
산불 이틀차, 대피소 이재민들 여전히 절망감 호소
주불 잡혔지만 곳곳에서 잔불…당국, 막바지 총력

"어제 강릉 산불 뉴스를 보고 바로 장사 접고 한걸음에 달려왔어요. 이렇게 돕는 것밖에 이재민분들의 마음을 위로할 방법이 없어 안타까울 뿐입니다."

12일 산불 피해주민 지원을 위해 마련된 강원 강릉 아이스아레나 대피소에는 이재민들 외에도 전국 각지서 몰려든 자원봉사자들로 가득했다.



자원봉사자들은 조끼를 입고 지자체, 소방 등 관계기관 직원, 이재민들과 뒤섞여 전날부터 이곳을 지켰다.

대피소 이틀차 점심 시간이 되자 배식 담당 자원봉사자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주민들에게 음식을 퍼줬다. 한 주민이 앉을 좌석을 찾으려 두리번거리자 자원봉사자는 '텐트에 가 계시라'며 직접 음식을 텐트로 가져다주기도 했다.

충남 논산에서 자영업을 하던 박남규(41)씨는 전날 강릉 산불 뉴스를 보자마자 안타까운 마음에 장사를 접고 바로 이곳을 찾았다. 조금이라도 도움의 손길을 나누기 위함이다.

박씨는 "제가 하는 일은 분리수거와 쓰레기 줍기, 구호 물품 나눠주기 정도다"라며 "이런 작은 일이라도 슬픈 일을 겪으신 분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온 이재연(26)씨는 "제 할머니, 할아버지뻘 되는 분들이 여기서 괴로워하시는 모습에 너무 마음이 아프다"라며 "빨리 피해가 회복되길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배식 봉사를 맡은 이은전(68)씨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맛있는 밥을 만들고 전해드리는 것뿐"이라며 "피해를 입으신 분들이 밥이라도 잘 챙겨 먹으실 수 있다면 전혀 피곤하지 않다"고 전했다.


한편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주민들은 여전히 절망감을 호소하고 있었다.

화재로 사업장을 잃은 최순자(77)씨는 "밤새 불 타는 펜션 생각에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했다. 대피소 곳곳에선 삼삼오오 모여 "이제 어떻게 사느냐"며 아픔을 공유하는 모습이 보였다.

전날 오전 8시30분께 강릉 일대에 산불이 발생해 축구장 면적(0.714㏊) 530배에 이르는 산림 379㏊가 잿더미로 변했다. 주택과 펜션, 호텔, 상가, 교회 등 55채가 전소됐다. 또 87세 남성이 이 불로 사망했고 15명이 화상·골절·연기흡입 등 부상을 입었다. 주민 수백명은 인근 대피소로 대피한 상태다.

화재가 발생 직후 소방당국은 인력 2787명, 소방차 403대를 투입해 진화에 총력을 기울였다. 주불은 전날 오후 4시30분께 진화 완료됐지만, 여전히 곳곳에서 잔불이 남아 당국이 막바지 진압 작업 중이다.

당국은 강풍에 부러진 나무가 전선을 끊으면서 이번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국은 향후 관계기관과 추가 감식을 벌여 정확한 화재원인을 확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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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주재기자 / 방윤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