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혐의, 재판 중엔 숨기면 그만…'학원 취업' 어쩌나

범죄전력 미조회 적발 학원 매년 수백건씩
성범죄자 취업 점검 연 1회 이상…공백 길어
"점검 횟수 늘리는 등 사각지대 보완 필요"

성 관련 범죄를 저지른 경우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 취업을 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는 있지만, 아직 형이 확정되지 않고 재판 중인 경우에는 검증 대상에서 벗어나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사후적으로 점검에 나선다 해도 점검 대상 학원 수만 전국에 27만여개에 달해 한계가 분명한 실정이다.



2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최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에서 허위 경력으로 취업해 근무하던 40대 남성 A씨가 학원장을 스토킹한 혐의 등으로 구속 송치됐다.

그는 이미 성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학력을 속이고 학원에 취업했고, 이후 유죄가 선고돼 징역형의 집행유예 기간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죄 판결을 받고도 아무런 제재 없이 학생들을 상대로 수업을 진행하다 재차 범죄를 저지른 셈이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성범죄로 형을 확정 받아 취업제한 명령을 받은 성범죄자는 최대 10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 취업이나 사실상의 노무 제공을 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또 관련 기관장은 반드시 채용 전에 당사자에 대한 성범죄 경력조회를 실시해야 한다.

문제는 A씨처럼 재판이 끝나지 않은 상태로 취업했다가 이후 형이 확정되는 경우다.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측에서 성범죄경력조회서를 요구하는데, 형 확정 전에는 범죄 기록이 남지 않는다. 근무를 시작한 뒤 유죄를 확정받더라도 당사자가 이를 기관에 알리지 않고 숨기면 그만이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범죄전력 미조회로 적발된 학원 현황'에 따르면, 전국 학원에서 성범죄·아동학대 등 범죄 전력 미조회 적발 건수는 ▲2018년 489건 ▲2019년 448건 ▲2020년 287건 ▲2021년 339건 등 매년 수백건씩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통계에 드러난 숫자보다 현실 속 공백은 더 클 것이라고 지적한다. 현행 당국의 성범죄자 취업 여부 점검이 '연 1회 이상'으로 점검 주기가 지나치게 길다는 것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현재 여성가족부가 성범죄자 취업 제한 관련해 점검하는 학원만 전국에 27만여개에 달한다"며 "연 1회 정도만 점검하는 것은 행정 인력의 한계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대신 벌금이나 과태료 등 사후 규제를 강화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여가부는 전날 성범죄자 취업제한 명령을 위반한 기관 운영자가 폐쇄요구를 거부할 시 운영자에게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현행 취업제한 제도는 성범죄자가 취업제한 명령을 위반한 경우 해임, 기관 폐쇄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운영자가 기관 폐쇄 요구를 거부할 경우 추가로 제재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는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백을 더욱 촘촘히 줄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미경 전국여성연대 상임대표는 "사실상 연 1회 성범죄자 취업 여부 확인은 공백이 꽤 큰 편"이라며 "결국 그 피해를 보는 것은 아동·청소년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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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