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판매장 대표가 시행사 측에 손해배상 제기
1·2심 "소음 규제기준 넘지 않았다" 원고 청구 기각
대법원 "앵무새 폐사에 기여한 정도 상당해" 파기
공사 현장의 소음이 규제기준을 넘지 않았더라도 이로 인해 극심한 피해가 발생했다면 손해배상을 해야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지난 13일 앵무새 판매장 업체 대표 A씨가 시행사 측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경기 안양시 만안구의 한 건물에서 앵무새를 사육·번식해 판매하는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었고, 지난 2017년 1월부터 바로 옆 부지에서 지하 4층, 지상 15층 규모의 주거형 오피스텔 신축공사가 시작됐다.
그런데 공사가 시작된 이후부터 A씨가 키우고 있던 앵무새들이 이상증세를 보이다가 죽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A씨는 안양시청에 16차례에 걸쳐 신축공사로 인한 소음과 진동 피해를 주장하며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후 A씨는 앵무새 427마리가 폐사하는 등 재산상·정신적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시행사 측을 상대로 3억4453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신축공사장의 소음이 생활소음 규제기준인 70dB(데시벨)을 넘지 않았고, 소음과 진동이 앵무새 폐사와 관련이 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2심 역시 "상업지역 생활소음 규제기준 및 생활진동 규제기준을 준수해 신축공사를 진행했고, 안양시청의 행정지도에 따라 추가로 흡음형(RPP) 방음벽을 설치하기도 했다"며 "앵무새를 보호하기 위해 건물 공사현장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낮추지 않았다고 해 이를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과거 판례를 토대로 위법성 판단 기준은 피해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참아내야 할 정도를 넘은 것인지 여부를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생활소음 규제기준은 건물 신축공사 현장의 소음이 참을 한도를 넘는 것인지를 판단하는데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될 수 있으나 그 기준을 넘지 않았다고 해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공사 시작 전까지 판매장을 안정적으로 운영해 왔으므로 이러한 이용 현황도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건물 신축공사로 발생한 소음이 원고의 앵무새 폐사 피해에 기여한 정도는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며 사건을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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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