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연상과 만남 권유한 상사…1·2심 모두 "직장 '성희롱'"

좋아하는 음식 물어보며 "둘이 잘 맞겠네"
완곡하게 거부했지만 만남 권유 취지 발언
1·2심 "성적 굴욕감 줘…위자료 300만원"

회사 상사가 회식 자리에서 처음 만난 신입사원에게 나이 많은 이성을 만나보라고 권유하는 취지로 말한 것은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8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8-2부(부장판사 이원중·김양훈·윤웅기)는 여직원 A씨가 상사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하고 위자료 300만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2020년 한 회사에 입사한 A씨는 이듬해 근속연수가 약 25년인 B씨 및 같은 팀 동료들과 점심을 먹게 됐다.

식사 과정에서 A씨는 거주지를 묻는 누군가의 질문에 "OO쪽에 산다"고 답하자 B씨는 "C씨도 거기에 사는데 둘이 잘 맞겠네"라는 말을 했다. C씨는 A씨보다 20살가량 나이가 많은 직장 동료로 알려졌다.

이내 "치킨을 좋아하냐"는 물음에 A씨가 "좋아한다"고 대답하자 B씨는 "C씨도 치킨 좋아하는데, 둘이 잘 맞겠네"라고 다시 한번 말했다.

A씨가 "저 이제 치킨 안 좋아하는 것 같아요"라고 완곡하게 거부 의사를 표시했는데도 B씨는 전혀 개의치 않고 "그 친구 돈 많아. 그래도 안 돼?"라며 이성적인 만남을 권유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불쾌함을 느낀 A씨는 해당 발언을 회사에 알렸고, 회사는 B씨에게 근신 3일 징계처분을 내렸다. 이후 A씨는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 이어 2심도 B씨의 발언으로 A씨가 정신적 고통을 겪은 것으로 보고 정신적 손해배상 명목의 위자료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B씨)의 발언이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해 성적 언동 등으로 원고(A씨)에게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한 행위"라며 "남녀고용평등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두 사람이 아무런 일면식도 없었던 점, 신입사원인 원고와 경력 25년 이상의 상급자인 피고 사이에 대화가 대등한 관계에서 이뤄졌으리라고 보기 어려운 점, 다른 사원들이 같이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남성인 피고의 발언은 성적인 언동으로 여성인 원고가 성적 굴욕감을 느꼈으리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고 봤다.

또 회사가 해당 사례를 직장 내 성희롱의 한 사례로 성희롱 예방 교육 자료로 사용한 점, 사내 커뮤니티 등에도 B씨의 발언이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게시글이나 댓글이 다수 게시된 점 등도 언급했다.

한편 B씨는 해당 발언이 '노총각'인 남자 동료에 대한 농담에 불과했을 뿐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사회 통념상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도 성희롱으로 분류될 수 있다"며 B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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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