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동백림 간첩단 사건' 작곡가 故윤이상 재심 결정

1967년 수사관 거짓말에 속아 납치
실형 복역하다 석방…독일에서 활동
서울고법 "불법체포" 재심개시 결정

법원이 '동백림 간첩단 사건'(동백림 사건)에 연루돼 옥고를 치른 작곡가 고(故) 윤이상(1917~1995)씨에 대한 재심을 결정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서승렬·안승훈·최문수)는 윤씨 유족들의 청구를 받아들여 지난 12일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유족들이 재심을 청구한 지 3년만이다.

동백림 사건은 1967년 당시 중앙정보부가 주도한 대규모 공안사건으로, 유학생 등 194명이 동베를린을 거점으로 간첩활동을 벌였다는 것이 골자다.

윤씨는 1967년 6월 독일에 파견된 수사관의 '대통령 친서 전달을 위해 만나자'는 거짓말에 속아 유인·납치된 후 국내로 압송됐다.

윤씨는 간첩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 받았으나 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그는 동료 예술가들의 탄원 등으로 1969년 풀려났으나 당시 서독으로 추방됐고, 1995년 사망할 때까지 그곳에서 활동했다.

시간이 흘러 2006년 국가정보원 과거사진실규명위원회는 진상조사 끝에 동백림 사건은 당시 박정희 정권이 정부 비판적인 사회 분위기를 반전하고자 확대시킨 것이라고 발표했다.

동백림 사건에 대한 법원의 재심 결정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부는 "수사관이 거짓말에 의한 임의동행 형식으로 피고인을 연행해 구속한 일련의 행위는 형법상 불법체포에 해당한다"며 재심 사유가 있다고 인정했다.

유족을 대리하는 김필성 변호사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이 낳은 최고의 음악가임에도 동백림 사건 판결이 남아있어 그 이름조차 말하기 어려웠던 윤이상 선생님의 명예회복의 길이 드디어 열렸다"고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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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