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문제 삼으며 5000만원 손배소
1심 "200만원 배상 및 정정보도문 게재"
"'600억원' 주장은 허위사실 적시 아냐"
"공적 지위 있어 사회적 비판 감수해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기간 '마을공동체 사업'을 독점 수주해 온 시민단체로 지목된 '사단법인 마을'이 서울시가 허위주장을 했다며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다만, '약 600억원 독점 수주'가 허위라는 주장 등 주요한 쟁점에 대해 재판부가 허위사실 적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등 사실상 패소에 가깝다는 해석도 나온다.
18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부장판사 송승우)는 지난 12일 사단법인 마을과 유창복 전 서울시 협치자문관이 서울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서울시가 마을과 유 전 자문관에게 각 100만원을 지급하고, 판결 확정 후 일주일 내에 서울시 홈페이지에 정정보도문을 72시간 게재하도록 했다. 아울러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행완료일까지 1일당 30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서울시는 지난 2021년 10월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10년간 마을공동체 사업을 이끌어 온 마을이 서울시로부터 약 600억원의 사업을 독점 수주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엄격한 감사를 통해 잘못된 행정을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또한 마을의 관련자들이 9개 자치구의 마을자치센터를 마을 내지 관련 단체 출신으로 위탁받아 운영하도록 했다는 취지로도 주장했다. '마을'은 박 전 시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유 전 자문관 등이 설립했다.
이에 대해 마을 측은 "10년 간 약 600억원을 지원 받았다는 주장은 허위"라며 "서울시는 사단법인 마을에 대한 부정적 인상을 주기 위해 허위사실을 기재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시를 상대로 5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심은 이에 대해 허위사실적시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서울시 관내 자치구의 마을자치센터 중 마을 출신이 위탁 받아 운영하는 곳이 9곳이 아닌 7곳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마을)가 피고(서울시)로부터 마을 사업 예산으로 받은 약 400억원 및 청년사업의 예산으로 받은 약 140억원을 합하면 대략 600억원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예산액이 특정된 자료를 접한 독자가 대략적 금액으로서의 600억원이라고 인식할 수 있다"고 봤다.
이어 "A구와 B구의 마을자치센터장의 경우 마을 및 관련 단체 출신이라고 볼 수 없다"며 "마을 관련 단체 출신이 위탁받아 운영하는 곳은 9개가 아닌 7개"라고 했다.
그러면서 "A구와 B구에 관한 허위사실적시로 인해 원고들의 사회적 평가가 저해된 점, 해당 자료 배포에 일부 공익적 목적과 정치적 목적이 있는 점, 허위사실적시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은 점 등을 참작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마을은 장기간 서울시의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함으로써 공적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있고 유 전 자문관 역시 일정한 정도의 공적 지위에 있었으므로 상당한 정도의 사회적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