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지사-중·고등학교 대표 '생생 리얼토크'
"4·3 지방공휴일 요청…추념식 참석하고 싶다"
"오래된 학교가 아파요…직접 확인해 주시라"
"지사님, 먼 마을에 사는 학생들은 등교 시간이 길어요. 통학버스 좀 늘려주세요."
"저희도 4·3 추념식에 참석하고 싶어요. 지방공휴일로 지정해주셨으면 합니다."
18일 제주도 내 학생들과 오영훈 제주도지사이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도내 지역 곳곳에서 온 학생들은 통학버스 노선 확대 등 저 마다의 건의사항과 질문을 던졌다. 오 지사는 일부 학생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당혹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이날 오후 청사 탐라홀에서 '2023년 도지사-중·고학생 대표 생생 리얼토크'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도내 37개교 중·고등학교 대표 학생 83명(중 52명, 고 31명)이 참석해 지사와 자유로운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주제는 '내가 생각하는 제주도, 내가 바라는 제주도'이다.
이날 제주고등학교의 한 학생은 오 지사에게 "저희 학교 정문은 큰 길하나로 이어지는데, 거기에 마땅한 교통 체재가 없다며 "학부모들이 학생들을 데리러 올 때 잠깐 멈추는 시간 동안 교통이 마비돼 매우 위험한 상황이 펼쳐진다"고 말했다.
또 "후문에는 공업단지가 위치하고 있어 큰 화물차들이 많이 다니는데 인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아 학생들이 위험하게 길을 걷고 있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 심의 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오 지사는 "이번에 예비 질문을 받으면서 자치경찰단이 가서 현장을 확인했고, 사후 조치가 가능한지 검토하고 있다"며 "교육청과 협의해서 담장을 일부 옮겨서라도 인도와 차도를 구분하는 걸로 접근해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자전거를 타고 등하교를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보려고 한다"고 답했다.
해안 지역에서 온 한 학생은 "저희 학교는 바닷가를 따라 7개 마을에서 많은 학생들이 다닌다. 외곽 지역에 사는 친구들은 아침 7시38분 버스를 타지 못하면 아예 학교를 올 수 없게 되버려 지각을 하거나 부모님 차를 타서 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며 "통학버스 배차 시간이 한 두 시간에 1대뿐이어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이와 관련해 오 지사는 "지금 버스 노선 개편 용역을 추진하고 있다"며 "8시 이후 하나 더 배치하는 걸 검토해서 학생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다른 학생은 4·3을 지방 공휴일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했다. 4월3일에 평일에 갇혀있으면 교외 학습 계획서 또는 현장 체험 학습을 별도로 신청해야하는 등 복잡한 절차를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 학생은 4·3에 대한 제대로 된 이름을 찾아달라고도 요청했다. 사건으로 불려져 일부 학생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오 지사는 "학생이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훌륭한 질문에 감사드린다. 제주도교육청에 학생들에게 추념식을 생중계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을 했는데 아마 부분적으로 이뤄진 걸로 알고 있다"며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답했다.
이어 4·3의 정명과 관련해 "현재 직권재심과 보상급 등을 통해서 제도적으로나마 명예회복이 이뤄지고 있다. 남은 과제가 바로 그것이다. 민간 차원에서 학술 연구 등을 통해서 나온 여러 안 중에서 법률로 정하는 방식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귀포에서 온 한 학생은 "저희 학교는 제주에서도 역사적으로 유래가 깊다"며 "오래된 만큼 학교가 많이 아프다. 유리창이 자주 깨지고, 복도 벽면에 구멍이 송송 나있어 임시방편으로 땜질하고 있다"며 "지사님께서 학교를 방문해주셔서 봐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오 지사는 "학교마다 사정이 있을 수 있겠지만 쾌적하고 안전한 학교를 위해 교육청에 학생의 얘기를 전달해서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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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취재부장 / 윤동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