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통상 20~30% 넘어 60%까지 책임범위 인정
공인중개사협회 "정보 비대칭 해소 등 해법 준비"
깡통전세를 중개한 부동산 중개업자의 책임 범위를 통상 적용되는 20~30%의 범위를 넘어 60%까지 인정한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을 통해 깡통전세 및 전세 사기에 대한 공인중개사의 책임소재가 더욱 커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편 공인중개사 대부분이 소속된 단체인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측은 전세사기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2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전주지법 민사11단독 정선오 판사는 임차인 A씨가 부동산 중개인 B씨와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임차인에게 108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공단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9년 7월 전북 전주에서 부동산을 찾던 중 B씨가 운영하는 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 다가구주택(원룸)을 소개받았다. B씨는 해당 다가구주택의 토지와 건물이 약 10억원이며, 보증금 합계가 토지가액의 40%에도 미치지 않는다고 안전성을 강조했다. 또 건물등기부등본을 보여주며 근저당권은 2억4000만원, 전세금은 7000만원이며 모든 원룸들의 임대차 보증금 합계가 1억2000만원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이같은 설명을 듣고는 은행대출을 받아 마련한 전세금 3500만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당시 B씨는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선순위 보증금 1억2000만원'을 기재해 A씨에게 건네줬다.
그러나 해당 다가구주택은 계약 체결 이후 1년도 되지 않아 강제경매가 실행됐고, A씨에게는 우선변제금에 해당하는 1700만원만 지급됐다. A씨가 배당내역을 확인한 결과, 전세계약 체결 당시 선순위 보증금 합계는 설명서에 기재된 1억2000만원보다 4배에 가까운 4억4800만원이었다.
전세금의 절반 가량인 1800만원을 떼인 A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으로 B씨와 B씨가 보험을 가입한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B씨는 재판 과정에서 임대인이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임대인에게 책임을 돌렸다. 또한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인용해 임차인이 되려는 사람은 선순위 보증금 정보를 주민센터에서 열람할 수 있는 반면, 공인중개사는 열람할 수 없으므로 본인에게는 책임이 없다는 주장을 했다. 아울러 설령 책임이 있다고 하더라도 통상 실무적으로 적용되는 30%의 책임제한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A씨 측은 중개인인 B씨가 선순위 보증금 액수를 허위로 설명했고, 임대인이 정보제공을 거부한 사실을 서면으로 임차인에게 고지하거나 설명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또 "최근 전세사기가 만연한 상황에서 부실하게 중개한 공인중개사의 책임을 엄하게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사건을 심리한 법원은 임차인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B씨의 책임범위를 60%로 정하고, A씨에게 협회와 연대해 1080만원을 손해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A씨를 대리해 소송을 진행한 공단 소속 나영현 공익법무관은 "전세사기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중개인과 그 협회에 대해 더욱 무거운 책임을 물은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측은 임차인들의 정보 비대칭 해소를 위해 협회 측이 갖고 있는 정보를 가공해 국민에게 공개, 주택 사업별·건별 공제 혜택을 위한 용역 발주, 투명성 강화를 위한 윤리 의식 및 자립능력 강화 등 3~5가지 해법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김성용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연구실장은 "개업공인중개사들은 실질적으로 수요자들을 만나기 때문에 중개사들을 통한 사고율이 가장 많이 나타나고 있고, 이에 전세 사기의 주범이라는 오명까지 쓰고 있다. 이에 협회 측도 자정을 위한 해법들을 마련하고 있다"며 "이번에 국회에서 전세사기특별법이 통과됐는데 이날을 기점으로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100%는 아니더라도 전세 사기가 일어나기 전 시점으로 다시 돌아가 안정된 생활을 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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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