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중중장애인거주시설 ‘자체 폐지’ 통보…오갈데 없어진 입소자들

A사회복지법인, 폐지신고서 제출…제주시청 '불수리'
일방적 폐지 통보…입소자 30여명 강제 퇴거당할 판
보호자 측 "재정난 아니라 횡령…해결 방안 마련해야"

제주의 한 중증장애인거주시설이 재정난을 이유로 자체 폐지를 결정하면서 입소자 30여명의 주거지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입소자 측은 시설 관계자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소했고, 행정당국은 뒤늦게 실태 조사에 나섰다.



9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제주시 소재 A사회복지법인 산하 B장애인거주시설 측이 최근 입소자 측과 제주시청에 각각 경영난과 인권침해에 따른 행정처분 등을 이유로 오는 8월1일부로 시설을 자진 폐지한다고 통보했다.

B시설은 앞서 지난 4월께 제주시청에 자체 폐지 심의를 신청했지만 불수리됐다. 입소자 전원 계획 및 보조금 처분 계획이 부실하다는 이유에서다. 사실상 반려 조처에도 불구하고 B시설은 오는 8월1일부로 문을 닫겠다고 재차 통보한 상황이다.

B시설 측은 지난달 4일 보호자들에게 2021년도부터 운영 예산 문제가 불거졌다고 설명했다. 실비거주시설 특성상 전체 운영 비용의 15%(매월 3000만~3500만원)를 자부담해야 하는 데다, 세 차례에 걸친 장애인 인권침해가 인정돼 '시설폐쇄' 행정처분이 예고돼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후원금이 끊기고 각종 지원 사업에서도 제외되면서 예산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고 피력했다. 또 직원 간 갈등으로 생활교사들이 여럿 퇴사하면서 돌봄 인력이 부족해 입소자 안전과 위생도 불안해진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입소자 보호자들은 지난 15년간 재정적 어려움 없이 잘 운영돼오던 시설이 갑작스레 폐지되는 것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2021년께 A법인으로부터 후원금 및 보조금 비리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시 A법인 회계 업무 담당자 C씨를 최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C씨는 현재 A법인 산하 시설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C씨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B시설 관계자도 폐지 결정에 따른 향후 계획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와 함께 보호자들은 시설 폐지에 따른 입소자들의 주거 안정권 박탈을 우려하고 있다. 도내 장애인거주시설 입소 대기자만 300명이 넘는 탓에 당장에 시설 이동은 어려운 상황이다. 학대와 인권침해가 나타나도 시설이 유지되길 바라는 이유다. 일부 보호자들은 지난 8일부터 제주시청과 도청 앞에서 해결 방안을 촉구하는 팻말 시위에 나서고 있다.

제주시는 전날부터 이날까지 B시설을 방문해 회계, 시설 등 포괄적인 점검에 나서고 있다. 제주시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B시설은 현재 행정처분 대상 시설"이라며 "폐쇄 명령 시 입소자들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 없다. 전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관기관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법인이 일방적으로 폐지신고서를 제출해 행정 입장에서는 당황스럽다"며 "폐지신고서에 입소자 전원 조치에 대한 계획이나, 설립 당시 받았던 보조금 정산 계획 등이 미비해 불수리 처분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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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취재부장 / 윤동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