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동의 필요하다지만…상속세 개편 미룬 정부 속사정은?

유산취득세 연구용역 연장…새로운 해외사례
부자감세 프레임 피하려 총선 이후 추진하나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고 김정주 넥슨 창업주 상속세 문제가 알려지면서 상속세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가 올라간 가운데, 정부가 유산취득세 개편 연기를 공식화했다.



상속세의 전반적 개편 작업이 어렵고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어렵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으나,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부자감세' 논란을 회피하기 위해 미뤘다는 관측이 나온다.

1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기재부는 최근 상속세를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바꾸기 위한 연구용역을 연장했다. 내년 유산취득세 전환을 목표로 일본과 독일 등 사례를 중점 연구했으나 새로운 사례가 발견돼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 연구 단계에서는 법안을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상속세를 운영 중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3개국 중 한국·미국·영국·덴마크 등 4개국을 제외한 독일·일본 등 19개국이 유산취득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유산세 방식은 물려주는 사람(피상속인)의 상속 재산 총액을 대상으로 세액이 결정된다. 반면 유산취득세 방식은 물려받는 사람(상속인) 각자가 취득하는 상속재산의 크기에 따라 세액이 결정된다.

상속세를 내는 기준인 과세표준 구간은 다섯개로 나눠져 있다. 1억원 이하는 세율 10%에 그치지만 30억원을 초과할 경우 세율은 50%를 넘어간다.

과세표준이 올라가면서 세율이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에, 유산세 방식을 택하면 상속인이 많아질수록 내야 하는 세금이 훨씬 줄어든다.


당초 정부는 내년 시행을 목표로 올해 세제개편안에 유산취득세 개편안을 담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최근 올해 개편이 어렵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유산취득세로 바꿀 경우 기초공제, 배우자공제 등 각종 공제제도를 함께 건드려야 한다. 징세를 담당하는 국세청 입장에서도 세금을 걷어야 하는 사람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세무조사 대상도 증가하는 만큼 체계 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민적 공감대가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8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아직까지 사회적인 공감대 형성이 먼저 필요하다"며 "배우자, 자식에 대한 공제 등에 대해서 모든 부분을 함께 건드리고 조정을 해야 되기 때문에 너무나 큰 작업"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에 상속세에 대한 전반적인 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른 시각도 있다. 총선이 내년 4월로 다가온 만큼 당장 '부자감세' 프레임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홍기용 인천대 세무학과 교수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당 측에서 '부자감세' 프레임을 씌울 수 있는 만큼 내년 이후에 추진하고자 하는 정치적 판단이 아닌가 싶다"고 주장했다.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도 "상속세는 1년에 걷어봐야 세수효과가 크지 않은 반면 여론은 걱정되는 상황"이라며 "선거를 이긴 뒤에 감세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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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