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불법 복제·사용한 연구원에 대한 감독을 소홀히 한 국립대 병원 측이 프로그램 저작권사에 손해를 공동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광주지법 제14민사부(재판장 나경 부장판사)는 소프트웨어 개발·공급 회사인 A사가 전남대병원과 병원 산하 모 산업센터 연구원 B씨에 대해 청구한 손해배상소송에서 "피고들은 원고에게 2000만 원을 공동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12일 밝혔다.
연구원 B씨는 센터 사무실 업무용 컴퓨터에 A사의 다중통합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무단으로 설치해 2019년 5월과 2020년 8월에 39차례 사용했다.
B씨는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2021년 6월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A사는 '자사 프로그램을 무단으로 사용한 B씨와 감독을 소홀히 한 전남대병원이 저작 재산권(저작권법 16조 복제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냈다.
B씨는 '센터 사무실이라는 한정된 장소에서 인공관절 연구(융합 의료기기 연구)라는 공익적 목적으로 A사 프로그램을 사용했다. 저작권법 101조에 따라 프로그램 복제가 허용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B씨는 A사 허락 없이 프로그램을 설치한 이후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사용했다. 프로그램이 복제된 센터 사무실은 업무용 장소로 가정과 같은 한정된 장소가 아니다. 또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는 업무가 비영리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도 보기 어렵다"며 B씨의 저작권 침해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참여 연구원에 불과한 B씨의 사용자가 아니고, 사무 집행 관련성이 없다'는 전남대병원 측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전남대병원 측이 산하 연구 기관의 업무를 지휘·감독할 권한이 있는 점, 연구 인력은 업무 수행 때 병원 운영세칙을 준수해야 하는 점, 발명에 대한 특허권을 병원이 승계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전남대병원은 B씨를 실질적으로 감독하는 사용 관계에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해당 연구 과제의 주관 기관은 전남대병원인 점, 프로그램 불법 복제·사용 행위가 A사에 의해 적발될 때까지 병원 측이 별도 조치를 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병원 측은 사무 관련성이 있는 프로그램의 불법 복제 방지를 위한 주의 의무를 저버렸다. 민법 756조에 따라 병원과 B씨는 A사가 입은 손해를 공동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프로그램은 다양한 종류·기능을 가진 모듈의 묶음으로 구성돼 있고, 수요자 필요에 따라 모듈별로 가격이 책정·판매되고 있다. 정식으로 모듈을 구매했다고 가정했을 때 B씨가 업무상 필요한 개별 모듈만 선택적으로 구매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무단 복제·사용 기간 등을 종합해 손해배상금을 2000만 원으로 정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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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강진 / 채희찬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