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5700개까지 늘어…작년 7월 이후 최대
'갭투자' 물건 급매로 시장에 나올 가능성
서울 아파트 매물이 연초 대비 30%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5771개(14일 기준)로 지난 1월 초(5만513개)보다 30.2% 늘었다. 이는 지난해 7월 7일(6만5988개)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역전세에 따른 보증금 상환 부담으로 집을 내다팔려는 다주택자들이 늘어나면서 시장에 매물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하는 방식)를 한 임대인이 역전세로 인한 전세보증금 차액을 마련하지 못하면 사실상 집을 처분하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역전세 현상은 이미 작년 하반기부터 발생하기 시작했다. 특히 가장 높은 가격으로 체결했던 전세계약의 만료 시점이 돌아오는 올해 하반기에 역전세난이 정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역전세 위험가구는 약 102만6000가구로 전체 전세물량의 절반이 넘는 52.4%에 이른다.
김승준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역전세 문제는 스무스하게 넘어갈 수 있는 이슈가 아니다"라며 "전국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역전세 금액이 72조원인데 고금리에서의 담보대출은 가계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매각을 위한 매물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집주인들이 경쟁적으로 가격을 내리는 '패닉셀(투매)' 조짐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강남권을 중심으로 최근 4주 연속 상승(부동산원 통계 기준)하면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집값이 회복세를 보이자 높은 가격에 팔길 원하는 매도인과 낮은 가격을 원하는 매수인 간의 기대 가격차가 커진 것도 시장에 매물이 쌓이는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시장에 매물이 증가하는데 아직까지는 투매로 이어지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사려는 수요가 따라주지 않으면 조금씩 가격을 다시 조정하겠지만 지금 집주인들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로 높은 가격에 내놓는 매물이 많다"라고 설명했다.
우 팀장은 "정부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완화 효과에도 기본적으로 역전세 가구 숫자가 너무 많기 때문에 지금 나타나는 상승이 추세적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지방을 중심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색 문제도 악영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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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