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피신조서에 사망 가능성 인지한 정황 드러나
생후 20개월 아들을 사흘 동안 집에 홀로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친모가 미필적으로나마 아이의 사망 가능성을 예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친모는 법정에서 "아기의 사망을 예견하지 못했다"며 아동학대살해 혐의를 부인한 상태였다.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류호중)는 16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살해), 아동복지법 위반(상습아동유기·방임) 혐의로 구속기소된 A(24·여)씨의 2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서증조사를 진행한 검찰은 "A씨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면서 경찰이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를 제시했다.
이 피신조서에는 A씨 측이 법정에서 진술한 것과 달리 사건 당시 '아이를 장기간 방치하면 죽을 수 있음'을 인지한 정황이 담겼다.
조서에 따르면 경찰은 A씨에게 "상식에 비춰 어린아이를 3일간 방치한다는 것 자체가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이를 두고 장시간 집을 비웠는데, 정말 아기가 죽을 거라 생각한 적 없는지" 물었다.
그러자 A씨는 "하긴 했었어요"라고 짧게 답했다.
하지만 지난 4월18일 열린 첫 재판에서 A씨의 변호인은 "A씨는 피해자를 살해할 고의가 없었고, 피해자의 사망을 예견하지 못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에 재판부는 A씨에게 "피해자를 장시간 방치했는데 살해 고의가 없었다고 볼 수 있는지" 묻거나, "이 사건의 쟁점은 A씨의 피해자 사망 예견 또는 살인 고의성 여부가 될 것"이라고 시사했다.
다음달 6일 열릴 3차 공판에서 검찰은 A씨를 상대로 피고인 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A씨의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 여부를 놓고 양측의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A씨는 지난 1월30일부터 2월2일까지 사흘간 인천 미추홀구 자택에 생후 20개월 아들 B(2)군을 홀로 두고 외출하는 등 학대해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지난 1년간 60차례에 걸쳐 총 544시간 동안 상습적으로 B군을 집에 홀로 방임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B군이 숨진 채 발견되기 사흘 전인 지난 1월30일 오후 1시께는 김을 싼 밥 한 공기만 두고 다른 음식이나 물은 전혀 제공하지 않은 채 집을 나왔다.
이후 남자친구를 만나 식당에서 술을 마시거나 숙박업소에서 투숙한 뒤 2월2일 새벽 2시35분께 귀가했다.
당시 상습적인 유기 및 방임으로 극심한 발육부진과 영양결핍 상태였던 B군은 홀로 60시간 넘게 방치되다가 탈수 등이 복합적 요인으로 작용해 이미 숨진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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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 김 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