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과 함께 뇌물을 받고 인터넷 도박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찰관이 2심에서 형량이 늘어났다. 강요 혐의를 무죄로 본 원심의 판결도 파기했다.
대구지법 제2-2형사항소부(부장판사 손대식)는 16일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A(37) 경찰관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3개월에 벌금 700만원을 선고하고 추징금 300만원을 명령했다.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도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 2년과 사회봉사 160시간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A씨의 위세에 눌려 몹시 두려운 상태에서 피해자들이 휴대전화를 제출하지 않는다면 보복을 할 것처럼 해악의 고지를 해 휴대전화 등을 건네받은 사실이 인정된다"며 "강요죄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위법이 있다"며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 오해 주장에 대해 '이유 있다'고 판단했다.
검사의 B씨에 대한 양형부당 주장에 대해서는 "경찰공무원인 피고인 A씨와 결탁한 B씨는 A씨가 연결해 준 사람들을 이용해 다수의 도박 범죄자를 만들어 냈다"며 "죄책이 무겁고 죄질도 불량해 원심이 선고한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며 '이유 있다'고 봤다.
강요죄를 무죄로 본 파기되는 원심 부분과 원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죄는 경합범 관계에 있어 검사의 A씨에 대한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재판부는 A씨의 양형에 대해 다시 판결했다.
재판부는 "경찰공무원으로 국민의 생명, 신체 및 재산의 보호와 범죄의 예방과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를 그 직무로 하는 사람임에도 자신의 직무상 의무를 저버리고 스스로 범죄에 가담했을 뿐만 아니라 직무상 알게 된 피의자들을 다른 범죄에 가담시켜 공공의 질서를 해했다"며 양형의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지난해 1월28일 오후 3시8분께 서구의 한 모텔에서 직무와 관해 B씨로부터 뇌물 3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다.
전날인 27일 오후 7시30분부터 오후 10시사이 수성구 황금동 소재 유흥주점에서 B씨로부터 "사건 맡아서 잘 처리 해 달라. 꼭 처벌해 달라, 절대 못 빠져나가게 해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난해 2월6일부터 3월5일까지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죄로 입건해 조사했던 피의자 B씨 등 5명으로 하여금 217회에 걸쳐 합계 6억3378만여원을 충전해 파워볼 도박을 하게 한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도박행위를 자수하려고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전해 들은 A씨는 도박과 연관됐다는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가져오라고 지시하는 등 피해자들로 하여금 협박으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는 혐의(강요)도 함께 받았다.
B씨는 2022년 1월5일부터 같은 해 3월5일까지 총 912회에 걸쳐 70억6449만여원을 충전해 파워볼 도박을 한 혐의(상습도박)와 경찰공무원인 A의 직무에 관해 뇌물을 공여한 혐의(뇌물공여) 등으로 기소됐다.
1심은 "뇌물 수수는 공무원 직무에 관한 불가 매수성과 사회적 신뢰를 훼손하는 범죄로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피고인 A씨는 경찰관으로서 자신이 직접 담당하는 사건과 관련해 B씨로부터 돈을 받아 그 업무 관련성이 높다"며 징역 1년에 벌금 700만원을 선고하고 추징금 300만원을 명령했다. 강요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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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본부장 / 김헌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