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다섯 달 앞 대입국장 경질…출제당국 상대로 감사

"이주호, 지난 4월부터 '교육과정 내 출제' 지시해"
"킬러문항→문제풀이식 사교육 양산 구조 끊겠다"
킬러문항 안 내고 변별력 유지?…"숙의해 보겠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지난 1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모의평가에 대한 사전 점검에서 "일부 출제 문항이 교육과정을 벗어났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국무조정실과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을 감사할 계획이다.



대통령이 수능 출제 기조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시한 데 이어, 정식 수능 본시험도 아닌 사전 시험 형태인 6월 모의평가 결과를 두고 대입 담당 국장이 경질되고 출제 당국 감사를 추진하는 일은 전례가 없다.

장 차관은 1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교육부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명회를 연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6월 모의평가부터 공정한 수능 지시…반영 안 돼"

장 차관은 "어제(15일), 오늘 대통령의 메시지는 명확하다"며 "수능에서 '공정한 변별력은 모든 시험의 본질이므로 변별력을 갖추되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는 배제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능이 공교육 내에서 출제돼 학교 교육을 통해 충분히 대비할 수 있도록 관리,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내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런 기조를 3월께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지시했고, 4월께 대입 담당 부서와 수능 주관 기관인 평가원에 전달했다고 한다.

특히 이 부총리는 대통령의 지시가 수능에 반영되도록 올해 6월 모의평가부터 면밀히 관리할 것을 대입 담당 부서에 지시했다는 것이 장 차관의 설명이다.


이후 교육부는 지난 1일 모의평가 종료 후 수험생 가채점 결과 등을 분석했는데, 일부 문항이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나 출제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장 차관은 6월 모의평가에서 어떤 문항이 교육과정을 위배했는지 묻자 "특정 문제나 과목(영역)에 대해 이 자리에서 말할 수는 없다"고 말을 아꼈다.

대입 담당 국장인 이 모 인재정책기획관 대기 발령 역시, 이 부총리가 대통령 지시사항의 취지와 메시지가 철저하게 반영되지 못했다는 판단 하에 직접 책임을 물은 문책성 인사라는 게 장 차관 설명이다.

다만, 대통령실에서 담당 국장 경질을 두고 밝힌 '사교육산업과 교육 당국의 이권 카르텔의 증거'라는 표현에 대해 '구체적 물증이나 증거가 나왔는지'에 대해서 묻는 말에 대해서 교육부는 부인했다.

장 차관은 "구체적 정황 증거나 사안을 갖고 말한 것이라기보다, 그동안 잘 고쳐지지 않은 관행들을 지적하면서 나온 언급"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당국과 사교육 산업이 한통속'이라는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도 이 부총리는 "무겁게 받아들이고 책임감을 느낀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장 차관은 이 부총리가 "일부 학원의 이익을 위해 교육계가 '불공정한 수능'을 유지, 아이들 모두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에 대해 교육계가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며 대학입시, 사교육, 학생 고통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 내겠다는 의지를 강력 표명했다고 전했다.


◆"킬러문항, 교육과정 속 내용이라 보기 어려워"



대통령실과 교육부는 이날 윤 대통령의 지시가 수능 난이도에 대한 지시가 아니었다고 거듭 밝혔다.

장 차관은 대통령 지시에 "쉽거나 어려운 수능을 이야기한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난이도를 쉽게 해라, 물수능, 쉬운 수능 만들라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어려운 문제라고 해도 교육과정에서 배우는 범위 내에서 출제되고 충분히 대비하도록 하려면 범위 내에서 쉽고 어렵고가 판단돼야 한다"며 "무조건 쉽게 풀 수 있거나 어려운 문제를 배제하는 정책 방향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육과정을 벗어나지 않겠다는 것은 기존에 출제 당국인 평가원이 매년 공식적으로 밝혀 왔던 수능 출제 기조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 또 이번 6월 모의평가에서 무엇이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항인지 명확히 밝히지 않아 혼란이 가중된다는 지적이다.

이에 장 차관은 수능에서 '교육과정 내에 들어와 있다고 보기 어려운 킬러문항', '여러 과목을 융합해 소위 '꼬아서 낸 문항'이 출제돼 왔다고 지목했다.

이어 "그런 문제로 인해 문제풀이형 사교육이 양산되는 구조를 이번에 확실히 끊어 보자는, (수능의) 원래 목표대로 돌아가 보자는 생각"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결국 '킬러 문항을 내지 말라는 뜻이 아닌지' 묻자, 장 차관은 "수능이 (상위권) 학생을 변별하기 위한 목적의 시험으로만 보면 그런 의문이 들겠지만, 교육과정 내에서 출제하더라도 난도 조절이 가능하고 변별력 확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초고난도 문항 출제를 지양하고 소위 꼬아 만든 문제를 제외하면서 수능 난이도를 낮추지 않는 방법이 무엇인지 묻자, 장 차관은 "평가원 출제본부, 출제위원과 숙의해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만 답했다.

수능과 관련한 대통령실과 교육부의 메시지가 15, 16일 연거푸 수정되고, 사전에 정책 기조를 결정하기 전 공론에 장에 부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장 차관은 "수능 출제 방향의 구체적 내용을 갖고 학생, 학부모와 미리 소통하는 과정을 거치기는 어려웠다"며 "미흡한 점은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평가원은 교육부 직속 기관이 아닌 국무총리(국무조정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관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교육부는 조만간 국무조정실과 감사 기간, 방식 등을 협의해 구체화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수능은 다섯 달여 뒤인 11월16일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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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김종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