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민주화보상금 받았어도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 가능"

원고, 긴급조치 제9호 위반으로 유죄판결 받아
구 민주화보상법에 따라 보상금 2600만원 수령
헌법재판소, 구 민주화보상법 조항 위헌 결정
원고, 국가 상대로 정신적 손해배상 소송 제기

정부가 민주화운동 보상금을 지급했더라도 정신적 손해를 따로 배상할 수 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9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지난 1일 김모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를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김씨는 1977년 10월13일 유신독재를 비판하는 유인물을 나눠주다 긴급조치 재9호 위반으로 구금된 뒤 유죄판결을 선고받았다. 이후 2006년 3월 구 민주화보상법에 따라 보상금 약 2600만원을 지급 받았다.

김씨는 2013년 재심을 청구해 재심개시결정을 받았고, 이듬해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에 앞서 김씨는 긴급조치 제9호로 인해 입은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국가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기도 했는데, 1심은 "원고가 보상금을 지급받았고, 지급결정에 동의함으로써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입은 피해 일체에 대해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했다"며 각하판결을 선고했다. 이후 상소심과 상고심 모두 기각되며 판결이 확정됐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이 판결이 확정된 이후 구 민주화보상법에 따라 보상금을 받은 경우 국가와 화해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정신적 손해에 대해서는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이에 김씨는 다시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1심은 "긴급조치가 사후적으로 위헌·무효 선언됐어도 대통령은 국가긴급권 행사에 대해 원칙적으로 국민 전체에 대한 관계에서 정치적 책임을 질 뿐 국민 개개인의 권리에 대응해 법적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또 "구금된 상황에서 수사관과 교도관으로부터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한 사실이 인정된다"면서도 "이 사건 소는 원고가 개별적 불법행위를 당하고 형집행정지로 석방된 후로부터 30년 이상이 경과한 뒤 제기돼 손해배상청구권은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긴급조치 9호 발령에 따른 국가작용은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해 직무행위가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으로, 이로 인한 강제수사나 유죄 판결을 받아 복역한 국민의 손해에 대해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또 "소 제기 당시까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면 원고가 피고의 불법행위로 발생한 권리행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어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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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