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차관, 전날 회의서 "수능 전문 입시학원" 겨냥
부총리도 "사교육과의 공생, 이익 카르텔은 불법"
출제 경력 걸고 사설 모의고사 유통·판매 '정조준'
윤석열 대통령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킬러문항 배제' 지시 이후 정부가 '사교육 카르텔'을 겨냥한 단속을 시작하며 연일 대입학원들을 향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대형학원에 대한 저인망식 세무조사와 수사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23일 교육부에 따르면, 전날부터 온라인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센터'에서는 수능 출제위원의 학원 운영 등 이른바 '사교육 카르텔' 의심 사례를 신고 받고 있다.
내달 6일까지 집중 신고기간을 운영하는 한편 일선 시도교육청, 공정거래위원회와 경찰이 협력해 신고 된 사안에 대해 엄중하게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는 교육과정 밖 내용이 포함된 수능 '킬러문항', 이를 유발한 사교육업계 인사들을 '사교육 이권 카르텔'이라 표현하며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번 집중 단속과 관련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관계부처 회의를 주재한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수능을 전문으로 하는 일부 대형 입시학원들이 (킬러문항을) 교묘히 이용하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사교육에 의존하도록 만들었다"고 학원들을 겨냥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전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킬러문항 배제'에 따른 수능 변별력 약화, 사교육 과열 우려를 모두 '사교육 시장의 논리'라고 규정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킬러문항이 없으면 수능 변별력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있다는 앵커 질문에, 이 부총리는 "어떻게 보면 사교육 이익을 대변하는 논리이지 교육학에서 교육 전문가들이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교육과정 밖에 있는 것을 내면 결국은 학부모, 학생들을 불안하게 하고 사교육으로 내몰게 된다는 것"이라며 "사교육과 공생, 이익 카르텔은 국가가 철저하게 배제시켜야 되고 불법"이라고 설명했다.
수능을 5개월 앞두고 현장을 혼란하게 했다는 질문에 대해서도 이 부총리는 "그것도 사실은 사교육 시장의 논리다. 제도는 바뀐 게 없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최근 지적된 수능 출제위원 경력을 광고한 사설 모의고사 제작업체와 관계자, 이를 유통 및 판매한 대형 입시학원들이 단속 대상이 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고액 사교육을 조장하는 허위과장 광고, 정해진 금액을 초과한 과다 교습비 징수행위, 별도 교재비 청구 등에 대해서도 단속에 나설 계획이다.
현행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학원법)에는 학원을 차릴 때 교육감에게 '교습비등'을 신고하게 돼 있다. 이는 수강료와 기타경비를 합한 것으로, 기타경비는 모의고사, 재료, 피복, 급식, 기숙사, 차량 총 6가지 내역의 비용으로 규정돼 있다.
이는 2011년부터 적용된 법령으로 학원에서 직접 교재를 파는 것은 불법이라는 이야기다. 학원과 별도 시설에 서점업으로 신고한 후 판매해야 하는 게 원칙이다. 다수의 대형학원들이 출판사를 따로 차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의 올해 학원업무편람을 보면, 과거 유사한 사례를 적발했을 때 벌점 10점(최대 66점)을 부과해 경미한 수위로 판단했다. 하지만 정부가 공세 수위를 높이는 지금은 처분 수위가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학원가 단속은 통상 교육지원청의 학원팀 공무원이 신고 된 학원을 방문해 이뤄진다. 예컨대 교습비 위반 신고가 접수되면 통상 2명의 담당자가 학원을 방문하고 위법한 사안은 행정처분을 정할 수 있다.
처분 수위는 현행법에 따라 등록말소부터 1년 이내 교습과정의 전부나 일부를 정지하는 게 가능하다.
단속 수위가 높아질수록 실제 국세청과 경찰이 투입될 가능성도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위법한 정도가 엄중하고 완벽하게 드러나지 않은 게 있을 경우 수사나 세무조사를 의뢰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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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