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군사기밀 누설…신속 폐기 필요"
1심 "도서 판매 금지할 법적 근거 없다"
항고심 "군사기밀 보호해야…일부 삭제"
대통령 관저 선정 과정에서 역술인 '천공'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담긴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의 책 판매를 금지해달라며 정부가 낸 가처분이 항고심에서 일부 인용됐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25-3부(부장판사 정종관·이균용·김문석)는 정부가 '권력과 안보-문재인 정부 국방비사와 천공 의혹'의 출판사 대표를 상대로 낸 도서출판·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이 1심에서 기각된 데에 불복해 낸 항고를 이날 일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책 전체 400쪽 중 6쪽 분량의 내용을 삭제하지 않고서는 책을 판매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삭제 대상이 된 부분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관련 한미 군 고위관계자들 발언 ▲대북정책 관련 협의내용 ▲한미일 안보협력 관련 회의 내용과 한미 장관·관계자들 발언 등이다.
재판부는 삭제 대상 내용이 군사기밀로 지정돼 있는 내용에 해당하고, 언론에 공개된 적 있는 발언이 일부 있더라도 발언 전체 맥락을 고려하면 그 자체로 군사기밀로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군사기밀은 침해로 인한 법익 침해가 크고, 국가에 의해 기밀로 지정·관리되는 등 배타적 지배권을 가지고 있다"며 "군사기밀 침해에 대해 이를 금지하는 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미 책이 출판·배포돼 내용 확산을 막기 어려운 점 ▲군사기밀과 관련된 부분이 극히 일부분인 점 ▲출판의 자유 제한은 최소한으로 이뤄져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해 '책을 폐기해야 한다'는 정부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책 판매일수 1일당 500만원을 정부에 지급해야 한다는 간접강제 주장 역시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채무자가 가처분에서 명한 내용을 어길 개연성이 높다고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부 전 대변인은 대통령실의 이전 과정에서 역술인 '천공'이 개입했다는 주장을 담은 '권력과 안보' 자서전을 지난 2월 출간했다.
책에는 대통령실 이전 과정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고위 관계자와 역술인 천공이 육군참모총장 공관과 국방부 영내 서울사무소를 다녀갔다고 기술돼 있다.
정부는 부 전 대변인의 저서가 군사기밀을 누설한다는 이유로 지난 3월 판매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출간 및 배포 시 기밀이 누출돼 국가 안전 보장에 중대한 위협이 있고, 한·미간 신뢰가 상실되는 등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 5월 1심은 군사기밀 보호법은 지식재산권이나 저작권 보호 법률과 달리 형사처벌만 규정하고 있으므로, 형사법상 범죄를 통한 출판인 점이 인정되더라도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침해금지 청구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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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임정기 서울본부장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