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도시' 오명 벗으려는 청주…소각장 저지 대법원에 달렸다

시, 강내면 업체 소송 대법원 상고
오창읍 소각시설도 본안심리 돌입
원심 판결 유지 땐 소각장 8곳으로

'쓰레기 도시' 오명을 쓰고 있는 충북 청주시의 소각장 신설 여부가 대법원에서 갈린다.

원심 판결을 뒤집지 못하면 소각장 2곳이 새로 생겨 청주시의 전국 쓰레기 소각 비중은 20%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27일 법원에 따르면 청주시는 주식회사 대청그린텍을 상대로 한 '건축허가 취소처분 취소 등 청구소송' 2심 판결에 불복, 소송대리인을 통해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대법원 상고심은 사실 관계를 주로 다투는 사실심과 달리 원심 판결의 법령 위배 등을 심사하는 법률심으로 진행된다. 심리 기일은 아직 지정되지 않았다.

청주시는 2017년 이승훈 시장 재임 당시 이 업체에 사업계획 적합 통보와 건축허가를 내준 뒤 민선 7기 이후 취소 소송에 나선 상태다.

2019년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미제출, 환경성조사서 부실·축소, 중대한 사정 변경(미세먼지 심각) 등을 이유로 사업계획 적합 통보 결정을 취소했으나 행정소송에서 패했다.

당시 재판부는 사업계획 적합 통보 후 이 결정을 번복한 청주시의 행정처분에 재량권 일탈·남용이 있다고 판단했다.

시는 2022년 흥덕구청 소관 업무인 건축허가 취소 결정으로 반전을 꾀했으나 이마저도 행정소송 2심에서 역전패했다. 건축허가 과정에서 개발행위허가(토지형질변경) 심사가 누락됐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이미 조성 완료된 공장 용지에 건축물을 건축하는 것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상 개발행위허가(토지형질변경) 대상이 아니다"라며 "개발행위허가 심사 누락에 따른 기준 부적합을 이유로 건축법상 건축허가를 취소하는 처분은 위법하다"고 업체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면 강내면 연정리 208-2 일대에 하루 처리용량 94.8t 규모의 소각시설과 200t 규모의 건조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강내면에는 청주시가 공공 운영하는 400t 규모의 광역소각시설도 있다.


청원구 오창읍 후기리 소각시설 역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는 중이다.

시는 2015년 ㈜에코비트에너지청원(옛 이에스지청원)과의 '오창지역환경개선 업무협약'으로 소각장 신설의 빌미를 제공한 뒤 이를 번복하기 위한 힘겨운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협약 당사자는 이승훈 전 시장이다.

업체 측은 이 협약을 토대로 청원구 오창읍 후기리 산 74 일대에 폐기물 처리시설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하루 처리용량은 소각시설 165t, 파분쇄시설 160t, 건조시설 500t이다.

2021년 청주시로부터 소각시설 및 파분쇄시설에 대한 도시관리계획 결정 입안제안을 거부당하자 행정소송을 냈고, 1심 판결과 달리 2심에서 승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소각시설 이전에 대한 업무협약이 없었다면 업체 측은 오창읍 남촌리에서 운영하던 매립장과 법률상 별다른 장애가 없는 소각시설 설치를 포기하고 새로운 부지로 이전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며 "소각시설 설치 입안제안을 거부하는 것은 '신뢰보호원칙'에 위반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시는 대법원에서 패소할 경우 건축허가 불허, 폐기물처리업 허가 불허로 끝까지 맞설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소각시설 2곳에 대한 대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며 "북이면 소각장 밀접지역에서 암 환자가 다수 발생하는 등 청주시민의 환경권 침해가 심각하다는 점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내면과 오창읍에 소각시설이 신설되면 청주지역 민간 폐기물 소각시설은 8곳으로 늘어난다.

현재도 민간 소각시설 6곳의 하루 최대 처리용량은 1450t, 실제 처리량은 전국 소각량의 18%를 차지하고 있다.

'맑은 고을' 청주(淸州)가 전국 최대 쓰레기 도시라는 오명을 쓰게 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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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취재본부장 / 김은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