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아파트의 검은 유혹' 청주 지주택 줄줄이 사기 연루

가마·사모1·사직2구역 조합장 등 줄수사
사업 무산 땐 조합원 가입비 '허공으로'
손해배상소송 속앓이…전액 환불 불가능

지역주택조합이 또다시 '내 집 마련' 꿈을 꾸는 서민을 울리고 있다. 최근 충북 청주에서만 3곳이 사기 사건에 휘말리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이른바 '반값 아파트'로 불리는 지역주택조합은 지역 주민이 조합을 만들어 공동으로 용지를 매입하고 집을 짓는 제도다.



주택조합 설립인가 신청일부터 해당 조합주택의 입주일까지 주택을 소유하지 않거나 주거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을 1채만 소유해야 조합원 자격이 부여된다.

최대 장점은 비용 절감이다. 조합이 직접 토지를 매입하고 건축비를 부담하기 때문에 중간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3.3㎡ 분양가가 900만원을 웃도는 청주지역에선 3.3㎡당 500만원~700만원대 지역주택조합이 대세를 이룬다. 10년 전 초창기에는 3.3㎡ 분양가가 300~400만원에 그치며 무주택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문제는 성공률이다.

사업 성공의 핵심 열쇠인 토지를 확보하지 못하거나 대규모 조합원 가입비를 거머쥔 사업 주체가 사기 등에 연루된 사례가 적잖다.

청주시 서원구 미평동 옛 자동차매매단지 일대를 개발하려던 가마지구 지역주택조합은 토지를 확보하지 못한 채 허위 정보로 조합원을 모집했다가 형사처벌을 받았다.

조합장과 업무대행사 관계자, 분양대행사 대표 등 3명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토지 80% 확보'라는 허위 정보를 내세워 조합원 475명으로부터 계약금 명목 92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2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조합 측은 사업부지 공동소유주 20여명 중 일부 동의를 받지 못하면서 실제로 1평의 땅도 사들이지 못했다. 이들은 재판 과정에서 "공유토지가 구분소유인 줄 알았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주택법상 지역주택조합은 사업부지 80% 이상의 사용권원(토지사용승낙서)을 확보해야 조합설립 인가를 받는다. 2020년 7월부터는 소유권 15%까지 확보해야 조합 설립이 가능하다.

후속 절차인 사업계획 승인을 위해선 사업부지 95% 이상의 소유권을 확보해야 한다.


2014년과 2015년 무분별한 '반값 아파트' 홍보로 청주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모1구역 지역주택조합(뉴젠시티)도 결국 사기행각으로 막을 내렸다.

검찰은 2020년 이 조합 업무대행사 대표를 사기와 업무상 횡령 혐의로, 홍보대행사 책임이사를 사기 혐의로 각각 구속했다.

조합장 등 관계자 5명도 사기 등의 혐의로 줄줄이 기소됐다. 조합원 945명에게 조합 가입비 288억원을 가로챈 혐의다.

이들은 실제 확보한 토지가 30~40%에 불과함에도 '토지확보율 76%(국공유지 포함 95%), 1군 건설사 확정, 2016년 3월 착공'이라고 조합원을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결심에서 이들에게 징역 5년~10년을 구형했다. 1심 선고는 오는 27일 내려질 예정이다.

이들이 형사처벌을 받는다 해도 조합비를 되돌려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별도의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제기하거나 조합 측과 보상 협의를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전액을 되돌려받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지난 2016년 설립된 사직2구역 지역주택조합도 검찰 수사를 피해가지 못했다.

조합장과 업무대행사 실질 운영자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사기) 등의 혐의로 지난달 구속됐다.

이들은 조합원들에게 추가 분담금으로 받은 68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재개발 사업을 지역주택사업으로 돌리기 위한 인수 용역비 9억6000만원과 지주작업 용역비 10억원 등을 부풀린 혐의도 있다.

이 조합은 조합원 500여명에게 220억원가량을 조합 가입비 명목으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구역 조합원들은 지난해 3월 조합장 등 3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청주시도 이 조합이 자금 입출금 내역 등 필수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고소한 상태다.

사직2구역에선 기존 조합원들로 구성된 2추진위원회가 새로 구성돼 386세대 규모의 조합아파트 건립을 재추진하고 있다.

지역의 한 법조인은 "지역주택조합 투자에 실패하지 않으려면 반드시 토지 확보율 등 법적 요건을 확인해야 하는데, 대부분 의무 공개 사안이 아니다 보니 일반 조합원 입장에서는 허위 정보에 당할 가능성이 크다"며 "행정기관의 관리감독 요건을 강화하고, 피해 보상을 의무화하는 등 조합원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달 기준 청주지역에서는 조합원 모집 단계에서 사업이 무산된 곳을 제외하고 22곳의 지역주택조합 건립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 중 19곳이 조합설립인가를 받았고, 13곳이 착공신고를 했다.

사업을 완료한 곳은 11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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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 사회부 / 박옥순 기자 다른기사보기